땅집고

"무주택자 털어 폭리"…앉아서 연 3000억 쓸어담는 HUG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1.04 04:39

대한민국에서는 주택 30가구 이상을 선(先) 분양할 때 반드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아파트를 짓다 부도날 경우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보증 업무를 공기업인 HUG가 독점하는 것. 정부는 HUG를 앞세워 법에도 없는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자유 시장경제에서 상상하기 힘든 HUG 분양 보증 독점의 폐해를 들여다 본다.

[HUG, 분양보증 독점의 민낯] ⑥ 경쟁없이 보증료 수익만 연 3000억원 챙겨

[땅집고]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 독점 권한을 이용해 과도하게 분양가를 통제하는가 하면, 이유없이 보증심사를 연기하는 등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땅집고


[땅집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과도한 분양가 통제는 국토교통부가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분양 보증 시장 독점 체제를 묵인·방조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까지 분양 보증 기관을 추가 지정해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국토부는 “HUG의 공적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는 핑계를 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 사이에 HUG는 분양 보증 독점권을 무기로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멋대로 주무르면서 각종 부작용을 양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파트 공급이 줄어 집값은 더 뛰고 대기업 건설사만 막대한 이득을 올렸으며, 주택 시장은 소수의 청약 당첨자만 수억원이 넘는 차익을 보는 로또판으로 변질됐다는 것. 전문가들은 “HUG가 사실상 국토부로부터 독점 지위를 보호받는 대가로 정부 하수인을 자처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새로운 보증기관을 설립해 독점 구조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조합이던 HUG, 외환위기로 정부가 인수

[땅집고] 민간단체인 주택사업공제조합으로 출범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변천사. /장귀용 기자


분양 보증의 시초는 1993년 4월에 만든 주택사업공제조합이다. 미분양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분양계약자들에게 안정적인 입주를 보장하기 위해 주택건설업계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민간단체였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건설사 줄도산으로 주택사업공제조합이 감당해야 할 대위변제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부도 위기가 온 것. 1997~1999년까지 3년간 자본금 2조4020억원이 증발했다. 정부는 소비자보호를 이유로 주택사업공제조합에 출연을 결정했고, HUG의 전신인 대한주택보증㈜을 1999년 6월 설립했다. 이후 보증업무 개편과 자본금 증자를 거쳐 2015년 공기업인 HUG가 탄생했다.

HUG는 1993년 출범 이후 30가구 이상 주택 분양을 위해 필수적인 분양 보증 상품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독점에는 아무런 사회적 합의나 법적 근거도 없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15조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 또는 보험회사 중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하는 보험회사로부터 분양보증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국토부가 HUG 외에 보험사를 분양 보증 취급 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HUG의 독점 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다.

■“근거도 없이 분양가 통제…수수료 수익 지나쳐”

주택건설업계는 HUG의 분양 보증 독점 폐해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2016년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미분양이 많은 지역이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분양 사업 등에서 HUG가 분양 보증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불만이 높았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HUG가 분양 보증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면서 최소한의 명분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HUG가 2016년 7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현 디에이치 아너힐즈) 재건축 아파트를 시작으로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를 막무가내식으로 통제하기 시작하며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해 분양 리스크가 전혀 없는 지역까지 아파트 분양가를 마음대로 깎기 시작했다. 이때 고분양가 심사는 아무런 법적인 근거도 없이 HUG 내부 지침과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땅집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연도별 보증료수익 추이.(단위: 억원) /주택도시보증공사


과도한 보증 수수료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HUG의 보증 수수료 수익은 2015년 6500억원 이후 매년 6000억~7000억원에 달한다. HUG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에서 독점 분양보증 수입은 ▲2016년 4016억원 ▲2017년 2428억원 ▲2018년 2120억원 ▲2019년 2585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3108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주택 보증사고율은 종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회수율은 2배 이상 높아졌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 분양 보증은 43% ▲주택 임대 보증은 41% ▲조합주택 시공 보증과 임대 보증금 보증은 78% 정도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위 “2020년까지 보증기관 추가 지정하라”

2017년 7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HUG의 독점 문제를 지적했다. 공정위는 “2020년까지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해 분양보증기관으로 보증보험회사를 추가 지정키로 국토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HUG의 공적 기능을 고려해 보증기관 추가 지정은 신중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신규 보증보험사 지정을 미루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9월 분양보증기관 확대를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기관별 면담 일정이 지연되면서 결과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택업계에서는 분양 보증 경쟁 체제를 만들기 위해 ‘제2보증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내년 7월1일까지 ‘주택사업공제조합’을 출범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금융업계에서도 분양보증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SGI서울보증이 유력한 후보자로 꼽힌다.

[땅집고]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업계와 전문가들에게 조사한 HUG와 제2보증사 설립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주택산업연구원


주택건설업계에서는 HUG의 분양 보증 독점 폐해를 더 이상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택산업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주택사업자의 94%와 전문가 80%가 제2 보증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HUG 때문에 공급 축소, 청약 시장 투기판 형성, 일부 대기업의 시장 독식 등 헤아릴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독점으로 과도한 보증 수수료를 받아 사실상 무주택자의 주머니를 털어 폭리를 취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HUG와 완전 경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자의 출자 확보와 HUG의 대체 수익원 마련 기간을 고려해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을 통한 단계적인 전면 개방이 타당하다”며 “조합설립을 위해 주택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분양보증 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고, 3~5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전면 개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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