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집값을 잡겠다며 계속해서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 심각한 점은 지역이나 상품별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격차가 점점 더 커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20년 11월까지 13.67% 상승한 반면, 지방은 되레 1.9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8개도(道) 아파트 매매가격만 보면 9.27%나 떨어졌다. 이는 KB국민은행 통계로 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708만원에서 10억2767만원으로 1.7배 올랐다. 반면 기타 지방은 같은 기간 1억8704만원에서 1억8932만원으로 상승률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종합하면 수도권과 기타 지방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 차이는 2.2배에서 3.3배로, 서울과 경기권 차이는 1.88배에서 2.32배로, 서울과 6개 광역시 차이는 2.3배에서 3.3배로 각각 벌어졌다. 즉 집값 양극화 현상이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 양극화 판단하는 ‘5분위 배율’ 역대 최대
아파트 시장의 양극화 정도를 정확히 판단하는 지표가 있다. 바로 ‘5분위 배율’이다. 5분위 배율이란 집값을 가격 순으로 5등분 한 뒤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즉 고가주택과 저가주택간의 가격 격차를 판단하는 수치로, 배율이 높을수록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아파트의 5분위 배율은 2017년 5월 4.7배였다. 하지만 2020년 11월 8.4로 훌쩍 뛰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로 가장 큰 격차다.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5분위 배율은 수도권과 지방에서는 다른 추이를 보였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4배에서 6.6배로 대폭 확대된 반면, 기타 지방은 4.5배에서 5.4배로 확대폭이 작았다. 이번 정부 들어 수도권에선 집값 폭등 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고가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올랐으며, 지방에선 집값이 정체되거나 되레 떨어져 고가아파트와 저가아파트 간 집값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파트 규모·연식 따라 상승률 벌어져
양극화 현상은 아파트 입지뿐 아니라 규모별로도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재임 기간(2017년 5월~2020년11월) 서울 대형 아파트 가격은 43.2% 상승한 반면, 소형은 87.9%나 올랐다. 이어 강북에선 대형이 42% 상승하고 소형이 64% 올라 격차가 크지는 않았지만, 강남은 이 격차가 2배 이상에 달했다(대형 44.5%, 소형 95.6%). 6개 광역시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대형 아파트(33.5%)가 소형 아파트(10.7%)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3배 이상 높았다.
같은 기간 아파트 입주연차별 매매가 상승률 격차도 눈에 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입주 1~5년 이하 아파트가 22%, 20년 초과 아파트가 14.7% 각각 상승했다. 새 아파트 집값 상승률이 훨씬 높다는 의미다.
■ 양극화 시대 투자 전략은?
통계를 종합하면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시장 양극화 현상은 지역·유형·규모 등 모든 분야에서 심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서울 집값이 아무리 올랐다고 해도 그동안 상승 수혜를 입은 단지는 한정돼 있다는 의미다. 특정 지역 집주인들만 혜택을 보는 현상이 지속되면, 수요자들이 세부 입지와 상품을 선정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우리집 가격이 올랐더라도 주변 지인들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오른다면 오히려 상실감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 부동산 규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거 선호지역이나 핵심 상품에만 수요자 관심이 집중되고, 나머지 지역과 상품에 대해서는 주거 수요가 줄거나 아예 없어질 수 있다. 거래 가능한 주택 자체가 급격히 사라진 가운데, 공급량은 점점 더 줄면서 소수 물건에 투자 수요가 집중될 전망이다. 즉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거 선호 지역이나 경쟁력 있는 상품 위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글=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 SWCU 교수) ,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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