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분양 보증 독점 HUG…직원들은 억대 연봉에 성과급 잔치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0.12.29 13:13 수정 2021.01.04 16:29

[HUG, 분양보증 독점의 민낯] ④ 독점으로 억대 연봉 펑펑…HUG는 '꿈의 직장'


[땅집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직원 다섯명 중 한 명꼴로 ‘억대 연봉’을 챙긴다. 정부 대신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해 주는 대가를 받는 것 아니겠나.”

HUG가 올해로 27년째 주택 분양보증 시장을 독점하면서 올린 막대한 수익으로 ‘억대 연봉’의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근거도 없는 분양보증 시장 독점 체제는 정부의 묵인 하에 철통같이 유지되고 있다. HUG가 지난 3년간 집값 안정 목표를 내세우며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강력히 통제한 이유도 독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규제 기조를 적극적으로 맞춰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HUG, 국토부 산하기관 중 고액 연봉 톱5

[땅집고]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중 고액연봉자 비율이 높은 기관 상위 5곳.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실


29일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HUG는 임직원 820명 중 176명(21%)이 1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 총 25곳 중에서 ▲한국감정원(28.6%) ▲인천국제공항공사(25.5%) ▲수서고속철운영사SR(21.3%)에 이어 고액 연봉 비율이 네 번째로 높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지난해 HUG 임직원 평균 연봉은 ▲이재광 사장이 2억3825만원 ▲상임감사 1억8651만원 ▲상임이사 1억7085만원 ▲상임임원 1억8469만원 ▲일반정규직 7372만원(남성 7899만원·여성 6182만원) 등이었다. 올해 일반정규직 연봉은 지난해 대비 9.7% 오른 8089만원으로 나타났다.

HUG는 연봉뿐만 아니라 성과급이나 복지포인트 지급액 순으로 봐도 상위권에 속한다. 지난해 평균 성과급이 1811만원(일반정규직 기준)으로 국토부 산하 기관 중 다섯째로 많다. 직원 1인당 평균 복지포인트 지급액도 134만1463원으로 5위였다.

■분양 보증 독점으로 억대 연봉 받나

[땅집고] HUG의 연도별 수입지출 예결산 현황. /감사원


HUG가 분양보증을 독점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이 같은 ‘억대 연봉’을 뒷받침하는 중요 수입원이다. HUG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HUG의 영업수입 중 독점 분양보증 수입은 ▲2016년 4016억원 ▲2017년 2428억원 ▲2018년 2120억원 ▲2019년 2585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3108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HUG 영업이익(4847억원)과 비교하면 64% 수준이다.

하지만 HUG측은 분양보증 수익과 직원들 연봉은 관계 없다고 주장한다. 서석민 HUG 언론홍보팀장은 “공공기관인 만큼 연봉은 경영평가를 통해 책정된다. 분양보증 수익이 늘었다고 해서 직원들 연봉이나 성과급이 따라서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주택업계에선 1994년부터 이어진 HUG의 분양보증 독점 체제를 깨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친다. 하지만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 별 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법적 근거 없는 민간아파트 분양가 통제를 위해 사실상 HUG의 분양 보증 시장 독점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정부 덕에 독점 체제를 유지하며 돈을 버는 HUG가 정부 대신 새 아파트 분양가를 억지로 끌어 내리는 ‘칼잡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HUG는 2016년 7월부터 ‘고분양가 통제 지역’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강력히 통제하는 중이다. 본연의 임무인 분양보증이나 리스크 관리와는 무관하게, 주택 수요가 많아 분양 리스크가 거의 없는 지역의 분양가를 낮추는데 혈안이다. 본래 취지대로 분양 리스크를 관리하려면 오히려 주택 수요가 적은 지역의 분양가를 관리하는 게 상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은형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HUG의 분양보증 시장 독점 구조가 깨진다면, 서울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보증 부담이 줄어 수요에 맞춰 더 많은 주택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증 수수료율 제멋대로…보증료 더 걷어가기도

[땅집고] HUG가 보증수수료율을 잘못 책정해 부당이득 1179억원을 거둬갔다는 사실이 감사원 정기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


이달 감사원 정기 감사에서는 HUG가 보증 수수료율을 제멋대로 책정하면서 2017~2018년에 걸쳐 117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증료율을 산정할 때 활용하는 일반관리비(보증 상품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를 부풀려 계산해 주택보증을 비롯해 10개 보증상품, 총 31만여 건의 보증료율이 최대 33% 더 높아졌다는 것. 이를 통해 분양보증에서만 923억여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HUG가 분양보증 독점의 과실만 누리면서 정작 분양 리스크 관리와 보증 수수료율을 해이하게 관리하는 동안 올 한 해 지방을 중심으로 9건의 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HUG가 분양가를 집중 통제한 서울·수도권에서는 이른바 ‘로또 청약’ 열풍과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이 나타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독점 시장에서는 독점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와 가격 상승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별다른 실익도, 법적 근거도 없는 HUG의 분양 보증 독점 시장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HUG 독점 체제가 계속되면 새 아파트 공급 감소는 물론 분양 사고를 줄인다는 본래 목표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 주택도시보증공사(허그·HUG)는?
국토부 산하의 공기업으로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다가 부도가 날 경우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는 분양보증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주택 30가구 이상을 선분양할 때는 반드시 HUG 보증을 받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을 이용해 HUG를 앞세워 아파트 분양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HUG는 사실상 ‘분양 아파트 가격 통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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