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땡큐, HUG" 분양가 통제 덕에 건설사는 3년간 돈잔치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0.12.23 04:10

[HUG, 분양보증 독점의 민낯] ② 분양 했다 하면 완판…4개 건설사 3년 영업이익만 11조원

[땅집고] 2016년 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아 분양했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아파트. 전용 84㎡가 14억8000만원에 분양했는데 현재 시세는 28억~29억5000만원이다. /카카오맵


[땅집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한 이후 로또다 뭐다 해서 분양만 하면 완판하니, 공사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고맙죠. 조합이 손해보거나 말거나 공사비는 잘 들어오니 돈 벌기가 이렇게 쉬웠던 적이 없죠.”(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 관계자)

HUG가 아파트 분양보증서 발급 권한을 무기로 분양가 통제에 나서면서 엉뚱하게도 대형 건설사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HUG가 법적 근거도 없이 끌어내린 분양가 때문에 아파트 사업 주체인 재건축·재개발 조합이나 시행사는 조합원 분담금이 늘고 이익이 줄어 괴롭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는 수년 전부터 분양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공사비만 받고 아파트를 짓는 이른바 도급사업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저분양가로 분양이 빨리 끝나면 공사비 못 받을 리스크가 사라져 사실상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을 하게 된다.

실제로 HUG가 분양가를 통제에 나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국내 5대 대형 건설사 재무제표를 들여다본 결과, 4개사가 주택 사업에서 2조원 이상 이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 4개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11조원에 달한다. 이 기간 삼성물산은 주택사업에서 사실상 발을 뺐었다. 주택업계에서는 “HUG가 대형 건설사 마케팅 업무를 대신해 주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 4대 건설사, 주택 사업으로 3년간 2조원 이상 벌어

[땅집고] 상위 4개 건설사 2017~2019년 영업이익. /장귀용 기자


국내 상위 건설사 4곳은 건축·주택사업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으로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2017~2019년 3년간 영업이익이 2조1504억원에 달한다. 건축·주택만 놓고 보면 전체 영업이익보다 많은 2조4194억원을 벌었다. 즉, 토목과 해외건설·플랜트 등 비 건축·주택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을 주택 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벌충했다는 뜻이다.

대우건설은 주택 부문이 아예 회사를 먹여살린 케이스다. 3년간 영업이익 총액은 1조4217억원으로, ▲2017년 4290억원 ▲2018년 6287억원 ▲2019년 3640억원이다. 이 기간 주택·건축부문 영업이익은 약 2조1910억원이다. ▲2017년 9222억원 ▲2018년 7555억원 ▲2019년 5132억원 등이다. 지난 3년간 주택·건축 부문을 제외하고 막대한 손실을 봤지만 주택·건축 부문에서 압도적인 실적이 회사를 먹여살렸다.

현대건설은 2017~2019년 영업이익 총액 5조1660억원 중 74%에 달하는 3조8396억원을 건설·주택부문이 책임졌다. 같은 기간 대림산업은 영업이익 총액 4조2738억원 중 2조6966억원(63%)을 주택사업만으로 벌어들였다.

■ “분양 공고만 내도 완판…땡큐! HUG”

[땅집고] 2020년 5월 (주)신영이 울산 동구 서부동에서 분양한 '울산 지웰시티 자이' 모델하우스 내부. /(주)신영 제공


대형 건설사의 주택 부문 이익 이면에는 전체적인 부동산 경기 호황 속에 리스크가 없는 아파트 도급사업에 집중한 것과 함께 HUG의 분양가 통제가 합쳐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분양가 통제로 주택 공급이 줄고,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서울·수도권이나 지방 광역시 등에 분양하는 대형 건설사 아파트는 짓는 대로 팔리고 있다”며 “대형 건설사의 주택 부문 매출 비중이 50% 선인데, 영업이익은 그 비중이 70~100%인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사들은 굳이 아파트를 팔기 위해 관련 비용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분양가 통제 이전만 해도 아파트 판매를 대행하는 분양대행사는 수도권에서 아파트 1채를 팔면 총 분양가의 5% 안팎 수수료를 받았다. 미분양을 팔아주면 수수료는 더 커진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요즘엔 분양 공고만 내면 다 팔려 사실상 전화비 정도의 수수료만 받는다”며 “HUG가 판매 업무를 대신 해주니 우리가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승진하려면 주택 부분에 몸담아야 한다는 우스개까지 나온다. 이전까지 건설기술자들에게 아파트로 대변되는 주택부문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천대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인사에서 주택사업본부를 이끌던 윤영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 집값 잡겠다던 HUG, 신축 단지 집값만 자극

중소형 건설사 중에서도 주택 시장 과열에 편승해 몸집을 크게 불리는 데 성공한 회사들이 등장했다. 땅값이 저렴하던 2010년 전후 전국에서 택지를 대량으로 확보해 둔 호반그룹‧중흥그룹‧반도건설 등이 잇따른 분양 성공으로 막대한 이득을 얻은 덕분이다. 이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각각 12위(호반건설)·15위(중흥토건)·14위(반도건설)로 점프했다.

[땅집고] 호반그룹·중흥그룹·반도건설 시공능력평가 순위. /장귀용 기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에 워크아웃까지 돌입했던 동문건설은 경기 평택시 신촌지구 등에서 잇달아 분양 완판을 통해 ‘부활’했다. 택지지구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HUG 분양가 통제와 달리 원가 이상의 공사비를 인정받을 수 있는데, HUG가 만들어 놓은 ‘로또 분양’ 분위기 때문에 분양이 여지없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HUG의 분양가 통제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전무했을 뿐 아니라 주택업계에 ‘대형 브랜드 아파트 불패 신화’를 만들어 신축 아파트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부작용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솔직히 HUG의 분양가 통제는 주택업계 먹거리 대부분을 대형 건설사들이 차지하는 형국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서 “대형사의 경우 아파트 공사 현장이 갑자기 늘어나는 바람에 협력회사 기술자 조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품질 관리가 힘들어지고 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 주택도시보증공사(허그·HUG)는
국토부 산하의 공기업으로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다가 부도가 날 경우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는 분양보증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주택 30가구 이상을 선분양할 때는 반드시 HUG 보증을 받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을 이용해 HUG를 앞세워 아파트 분양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HUG는 사실상 ‘분양 아파트 가격 통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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