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반년 새 4억 껑충…전철 뚫리니 시흥·봉담도 '부르는 게 값'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0.12.22 03:30

[땅집고] 지난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대야동.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출발해 서해선(소사~원시선) 소사역에서 환승해 신천역까지 도착하는데 40여분이 걸렸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지난 5월 입주한 ‘시흥 센트럴 푸르지오’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대야동 일대 노후 주거지를 재개발한 최고 49층 10개 동(棟) 2003가구 대단지다.

이 아파트 106㎡(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2일 10억2000만원(17층)에 실거래됐다. 지난 6월 실거래가 6억3480만원(9층)과 비교하면 거의 6개월 만에 4억원나 급등했다. 84㎡도 이달 8억6800만원(36층)에 실거래되며 분양가의 2배로 뛰었다. 대야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을 보러 왔다가 시흥에서 서울까지 40여분 밖에 안 걸린다는 것에 깜짝 놀라고, 집값이 이렇게 단기간에 오른 것에 한 번 더 놀란다”고 말했다.

[땅집고] 최근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른 시흥시 대야동 '시흥 센트럴 푸르지오' 전경. / 김리영 기자


서울에서 다소 멀다는 이유로 경기 남부 주택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화성시 봉담읍도 집값이 강세다. 봉담읍 와우리 ‘화성봉담 센트럴 푸르지오’ 84㎡는 지난해 9월 3억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지난 10월 4억6500만원에 팔리며 1년 만에 1억 5000만원이 올랐다. 1년 상승률이 50%에 육박한다. 봉담읍 상리 ‘e편한세상 신봉담’ 59㎡는 작년 말 2억4250만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달 3억5500만원에 팔렸다.

최근 경기 남부에서도 외곽으로 치부됐던 지역의 집값이 뜨겁다. 대표적인 지역이 시흥과 화성 봉담읍, 오산, 평택 등이다. 성남, 광명, 용인 수지, 수원, 화성 동탄 등 전통적인 인기 지역 집값이 급등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외곽지역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 시장 판도도 바뀌었다. 수천 가구에 이르던 미분양이 날개돋친듯 팔려나가고, 청약 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수도권 외곽은 거들떠 보지도 않던 대형 건설사도 분양에 나서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수도권 남부 실수요자들이 외곽 지역 주택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다”며 “경기 남부권은 최근 4~5년 철도와 고속도로 인프라가 크게 확충됐다는 점도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 시흥시 전철역 주변 아파트 ‘부르는게 값’

실제 최근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수도권 외곽지역은 광역 교통인프라가 대거 확충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흥시는 2018년 5월 지하철 1호선 소사역에서 안산을 연결하는 소사~원시선(서해선) 개통 이후 입지가 크게 달라졌다. 이전까지 4호선을 제외하면 지하철이 지나지 않는 교통 오지에서 30분 이내로 서울 접근이 가능한 곳이 됐다.

[땅집고] 소사~원시선 노선도와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화성시 봉담지구는 지난 9월 수인선 한양대앞~수원 구간이 개통한 영향이 크다. 수인선 오목천역 주변에 현재 화성 봉담1·2지구, 효행지구 등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향후 주택 3만6000여가구가 들어선다. 봉담읍 일대에는 현재 화성시가 신분당선 연장선(호매실~봉담)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중소 건설사 위주로 신규 분양 이뤄졌던 봉담읍 일대에선 최근 3~4년 대형 건설사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화성 봉담2지구에는 대림산업이 분양한 ‘e편한세상 신봉담’(898가구)이 작년 9월 입주한데 이어, 대우건설이 지은 ‘봉담센트럴푸르지오’(1265가구)도 입주했다. 이달에는 GS건설이 봉담읍 동화지구에서 ‘봉담자이 라피네’를 신규 분양한다. 이 아파트는 지상 최고 25층 8개 동, 750가구다. GS건설 관계자는 “화성 봉담 일대에는 중소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가 대부분이고, 대형 건설사는 최근에야 분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화성 봉담·평택 화양지구도 신 주거벨트 부상

[땅집고] 수인선 오목천역 주변 택지지구 아파트 시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수도권 외곽지역 집값 강세 현상은 경기도 최남단인 평택까지 내려가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평택시 미분양 주택은 367가구다. 작년 10월 기준2227가구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약 83%를 해소한 것이다. 평택은 2016년 SRT(수서발 고속철도) 지제역이 개통하면서 서울 강남까지 20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주거지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평택시 지제동 ‘지제역 더샵 센트럴시티’ 84㎡ 분양권은 올 11월 6억9300만원(20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불과 두 달 전 4억8790만원(12층)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2억원 급등했다.

[땅집고] 평택 지제역 주변 아파트 시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 “교통 호재 많아…경기 남부 실수요 꾸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주택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경기 남부권 교통망도 계속 확충되고 있어 당분간 수도권 외곽 지역 집값 강세 현상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은 부천 소사역에서부터 대곡역까지 연장(2021년 예정)하고, 남쪽으로는 화성 송산지구에서 평택을 거쳐 충남 홍성군 홍성읍(89.2km)까지 이어진다. 안산에서 시흥시청역을 거쳐 여의도까지 잇는 신안산선이 2026년 개통하면 서울 서남권 접근성도 크게 개선된다.

2018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도 경기 남부 일대에는 큰 호재다. GTX-C 노선이 개통하면 수원역에서 서울 삼성역까지 22분, 의정부까지 40여분 만에 갈 수 있다. 이달 안에 수원역에서 출발하는 KTX 직결사업도 착공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평택시 서정리역(1호선)과 지제역(1호선·SRT)까지 4.7㎞를 연결하는 철로를 건설해 수원역을 KTX 출발 거점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현재 KTX는 수원역에서 하루 4회 출발하지만, 직결 사업이 완료하면 운행 횟수가 더 늘어나 부산까지 이동 시간도 약 30분 단축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아파트는 이제 전세금도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웬만한 경기 지역 아파트도 서울만큼 가격이 높다”며 “경기 외곽지역이라도 교통망이나 개발 사업 호재가 있다면 실거주 수요가 꾸준해 향후 집값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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