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보여줄 쇼룸 만든다고 새벽에도 드릴질 해서 사람들 잠 다 깨고, 입주민들한테 양해도 안 구하고 입구를 다 막아서 못나가고 그랬어요. 대통령이 오면 뭐해요? 당장 여기 사는 분들 (임대주택) 하자도 제대로 처리 안됐는데….”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주택 100만가구’ 공급을 기념한다며 지은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A4-1블록 공공임대주택 단지. 이달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 현장에 방문, 218동에 있는 12평 복층형(119호·41B㎡)과 13평 투룸형(107호·44A㎡) 주택 내부를 둘러보곤 “아늑하다. 신혼부부에 어린 아이의 경우 2명도 가능하겠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자녀가 한 명뿐인 가정이라도 30평대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10평 남짓한 임대아파트에 4인 가족이 살아도 충분하겠다고 한 말이 국민들의 비난을 산 것.
그런데 이번 일로 가장 분노한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문 대통령이 방문한 화성동탄2 A4-1블록 단지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이다. 한 주민은 온라인 공공임대주택 커뮤니티에 문 대통령이 방문할 주택을 급하게 꾸미느라 새벽까지도 드릴 소리가 들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정작 해당 단지에 사는 입주민들 주택은 하자보수 처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이날 대통령의 임대주택 단지 방문은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관리공사(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지난 11일 문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을 연출하기 위해 인테리어 등 보수비용 4290만원을 포함해 총 4억5000여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억 1000만원은 행사대행용역 비용으로 지출했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기 전 야외 행사를 고려하고 계약을 맺은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날 대통령이 둘러본 주택들 보증금이 약 6000만원에 월세 19만~23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해당 주택 보증금의 70% 정도가 ‘쇼’를 위한 인테리어 비용에 쓰인 셈이다.
정작 이 단지 주민들은 LH 측에 하자보수 접수를 했으나 제 때 주택 수리가 안돼 생활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LH 관계자는 “현재 하자보수 접수했던 가구들은 모두 보수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했으나, 입주민들은 “하자보수 신청한 지가 한참 되었는데도 연락 한 번이 없다”, “곰팡이 처리를 제대로 안 해줘서 한 번 더 (하자보수)접수한 뒤 기다리는 중이다”는 등 호소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문 대통령의 방문 행사에 4억원 넘는 예산이 쓰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가구 아끼고 아껴서 200만원으로 맞췄는데…”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단지 복층형 1층 주택(41㎡)에 당첨됐지만 주택 내부 상태가 열악해 선뜻 계약하기가 어려웠다는 입주민도 나왔다. A씨는 “계약 4일 전 사전방문했는데, 현관·거실 천장이 누수로 반 이상 얼룩져있고 벽지도 뜯어졌으며, 주택 1층과 복층다락 모두 분홍·빨간색 곰팡이로 뒤덮여 있어 깜짝 놀랐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LH 하자보수팀에 문의하니 3년 이내만 무상 수리 해주고, 그 후로는 입주자가 유상 수리하라고 하더라. 곰팡이와 누수자국이 가득한 집을 보여주고선 일단 입주하라는 식의 논리는 배짱”이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방문한 화성동탄2 A4-1블록 임대주택단지는 지난해 9월부터 4차례에 걸쳐 입주자를 모집 했으나 총 1640가구 중 아직 400여 가구가 비어있는 상태다. 현재 4곳 중 1곳 꼴로 공실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둘러본 12평 복층형은 단 12가구로 전체 물량의 0.73%에 불과하며, 투룸형은 임대료가 가장 비싼 주택이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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