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규제 피해 떠돌던 투자자들, 이제 여기 몰린다는데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0.12.10 04:04


[땅집고] “요즘 누가 규제로 꽉 묶인 오피스텔 분양받으려고 하겠어요. 이미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는 기존 오피스텔에서 지식산업센터 기숙사나 생활형 숙박시설로 다 이동했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 10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분양한 ‘현대지식산업센터 가산 퍼블릭’ 내 기숙사 ‘퍼블릭 하우스’. 총 567실을 공급하는데 최고 경쟁률 72.85대 1로 청약 마감했다. 계약 시작 1주일 만에 100% 완판해 업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같은 달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짓는 생활형 숙박시설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은 608실 모집에 6만5498명이 청약, 평균 경쟁률 107대 1을 기록했다.

최근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주류 상품으로 꼽혔던 상가와 오피스텔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 상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오피스텔도 취득세 중과 여부 판단시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투자 리스크가 커졌다.

반면 그동안 틈새상품으로 분류됐던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와 생활형 숙박시설이 이른바 ‘투 톱’으로 떠올랐다. 두 상품 모두 정부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면서 시중 부동 자금이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와 생활형 숙박시설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 규제 안 받는 상품으로 투자 수요 이동

[땅집고] 올해 전국 오피스텔 매매거래량 추이. /이지은 기자


오피스텔은 그동안 정부 규제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가 지난 8월 지방세법을 바꿔 취득세 중과 여부를 판단할 때 오피스텔까지 주택 수에 포함해 계산하겠다고 발표한 것. 이에 따라 오피스텔을 한 채 갖고 있는 수요자가 다른 주택을 살 경우 취득세율이 최고 12%(3주택자 기준)까지 중과세된다. 세법 개정 이후 오피스텔 거래는 뚝 끊겼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5월 3294건 ▲6월 4574건 ▲7월 4636건 등으로 증가하다가 세법이 개정된 8월에는 2233건으로 전달 대비 반토막났다. 분양시장도 초토화된 상태다. 지난 8~10월 석달간 전국에 공급한 14개 오피스텔 단지 중 청약 마감은 단 4곳에 그쳤다.

하지만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와 생활형 숙박시설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오피스텔처럼 사실상 주택으로 활용 가능하지만 세법상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는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올 10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 ‘현대지식산업센터 가산 퍼블릭’에 조성하는 기숙사 ‘퍼블릭 하우스(총 567실)’는 최고 경쟁률 72.85대 1를 기록했고, 지난 7월 수원 인계동에 분양한 생활형 숙박시설 ‘파비오 더 리미티드 185’는 평균경 쟁률이 251대 1에 달했다. 업계에선 다주택자 세금 중과를 피하려는 투자 수요가 오피스텔에서 이들 상품에 옮겨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도심·산업단지 인근 유망…공급 과잉은 주의

전문가들은 최근 주목받는 비주거 틈새상품 수익률이 무조건 높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조언한다. 이 상품들은 일반적인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입지나 교통여건에 따라 선호도가 확연하게 갈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나 생활형 숙박시설의 경우 배후수요 확보가 관건이다. 투자 전 해당 건물이 들어선 지역의 유동인구나 고정 주거수요 확인 등 철저한 입지 분석이 필요하다.

[땅집고] 인천 부평에 짓는 지식산업센터 '부평제이타워3차' 위치 및 기숙사 내부 사진. /이지은 기자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라면 굵직한 기업 본사가 몰려있고 대중 교통이 잘 갖춰진 도심이나 국가산업단지 인근이 유망하다. 인천 부평구에 분양 중인 ‘부평 제이타워 3차’는 인천 지하철 1호선 갈산역까지 550m 떨어진 역세권이면서, 단지 바로 옆에 부평국가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지상 12층, 연면적 10만여㎡ 규모 지식산업센터로 지상 13~15층에 기숙사 364실(전용 18~21㎡)이 들어간다. 기숙사는 모든 가구가 복층형에 붙박이장으로 수납공간을 늘리고 각종 생활 가전을 풀 옵션으로 준다. 분양회사 관계자는 “단지 주변 배후 수요가 풍부하다’면서 “부평국가산업단지 근무자 1만4000여명과 한국GM부평공장 1만 여 명 등을 합쳐 2만 여 명이 넘는다”고 했다.

이 외에도 수도권 분양시장에선 틈새 주거상품 물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조성한 국가산업단지 G밸리 지구 안에선 ‘하우스디 와이즈타워’가 분양 중이다. 지하 5층~지상 13층 규모 지식산업센터로, 이 중 11~13층을 기숙사 111실로 조성한다. 경기도 시흥에는 생활형 숙박시설 ‘마리나 아일랜드’가 공급한다.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를 끼고 있으면서 서해바다 조망이 가능한 단지로, 지하 1층~지상 28층, 451실 규모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직장인 수요나 관광 수요가 풍부한 곳에 분양하는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나 생활형 숙박시설의 경우 임차 수요가 비교적 꾸준한 ‘콘크리트 수요층’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다만 최근 비주거 틈새상품 공급이 빠르게 늘면서 추후 공급 과잉에 따른 공실 발생 가능성, 일반 주택에 비해 환금성이 낮다는 점 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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