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일산 지역 주민들의 에너지는 충분히 포착했어요. 대규모 자본이나 건설사가 들어오는 기존 정비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현아(51)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주택·도시계획 분야에서 20년 넘게 천착해 온 도시계획 전문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서울시 주거환경개선 정책자문위원 등을 거쳐 정계에 입문한 뒤 새누리당 대변인과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위원을 만나 일산 지역 주거 문제와 신도시 리모델링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Q.주거지로서 일산이 가진 문제점은.
“우선 서울로 가는 광역교통망이 너무 부족하다. 교통이 불편하니 기업이 오지 않는다. 결국 도시 자체의 자족 기능이 떨어지고 이른바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일산 거주자들은 삶의 질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으로 나가는 버스는 거의 없다. 출퇴근에 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일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아파트도 이젠 많이 낡았다. 일산 자체는 주거 환경이 우수하지만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는 소외된 게 사실이다. 지역 주민들은 분당신도시와 비교하면서 (집값 등에서) 박탈감을 크게 느껴온 게 사실이다.”
Q.일산에서는 재건축이 불가능한가.
“일반적으로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등을 통해 주거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재개발·재건축은 규제가 까다롭다. 주민들 입장에서 추가분담금도 적지 않다. 단지별로 장기수선충당금이 있다고 하지만 어림도 없다. 일산은 기존 재건축 방식을 적용할 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일반분양을 해도 분양가가 낮아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5개의 1기 신도시 중 집값만 볼때 재건축이 가능한 지역은 분당밖에 없다.
결국 리모델링이 해법인데, 거대 자본이나 건설사가 들어오는 방식이 아닌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리모델링이나 대수선을 위해 장기 저리 금융을 가져오거나 건축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을 보완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Q.리모델링이 가진 장점이 있다면.
“리모델링을 하면 용적률 상한에 관계없이 2~3개층을 더 올릴 수 있다.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 아파트 대상으로 하는데, 최근 재건축 규제가 강해지면서 리모델링 선호도가 높아졌다. 사업 역시 리모델링에는 1년 반~2년 정도 소요돼 재건축(3년)에 비해 짧다.
주택 공급 창출 효과도 있다. 기존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서 수평으로 확장이 가능한데, 전용85㎡ 이하는 40%까지, 85㎡ 초과는 30%까지 각각 기존 면적을 늘릴 수 있다. 특히 늘어나는 면적을 활용해 세대구분형 주택으로 부분 임대도 가능하다. 예컨대 40평 아파트를 30%까지 수평 증축해서 늘어난12평은 칸막이벽으로 세대를 구분해 원룸이나 투룸으로 임대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2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로 간주한다.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라면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고, 양도할 때도 비과세된다. 결국 소형 아파트 1채를 신축하는 효과가 있다. 굳이 새 주택을 지을 필요가 없다. 주택 공급에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일산에는 40평대 이상 중대형 아파트가 많아 세대분리형 리모델링이 효과적이다.”
Q.일산에서 향후 리모델링이 활성화될까.
“일산에는 맘카페, 지역 커뮤니티는 물론 주민 자치에 관심있는 분들의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유인만 확실하다면 주민 주도로 이뤄지는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리모델링은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 지역 주민들의 에너지를 기반으로 내가 사는 집,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것을 넘어 내가 사는 마을 전체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의미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지역 주민들이 ‘왜 내가 사는 집과 아파트, 마을을 리모델링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부터 시작해 볼 생각이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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