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동서6축 고속도로 호소
"제천~영월 구간 사업은 확정됐지만 그것만으로는 반쪽밖에 안 됩니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을 살리고 전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영월~삼척 구간 동시 착공이 필수적입니다."
지난달 17일 오후 강원도 영월군청에 형형색색 헬멧을 쓴 자전거 라이더 50여 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영월군 자전거연합회 회원과 삼척시 자전거동호회원인 이들은 국도와 지방도로를 따라 삼척에서 영월까지 92.3㎞를 달렸다. 강원도 최대 숙원 사업인 평택~삼척 동서고속도로(250㎞) 조기 개통을 촉구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뭉친 것이다. 1990년대 국가 간선도로망 계획에 따라 추진된 평택~삼척 동서고속도로는 1997년 착공 이후 23년간 평택~제천(126.9㎞) 구간만 뚫렸다. 나머지 제천~삼척(123.1㎞) 구간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라이딩이 끝난 후 평택~삼척 동서고속도로 추진협의회에 속한 강원·충북 시장·군수 7명은 제천~삼척 구간 동시 착공을 요청하는 대(對)정부 건의문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건의문에서 "경부축 중심 개발 정책은 그동안 눈부신 경제 발전 성과를 냈지만 불균형적 개발로 국가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는 한계를 노출했다"며 "전국 쇠퇴 도시들이 밀집한 충북 내륙권과 강원 남부권을 잇고 육·해상 교통 융복합으로 국가 경제를 부흥하기 위해 제천~삼척 구간 조기 착공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꼽히는 강원 동해·태백·삼척·영월·정선과 충북 단양·제천 등 강원·충북 일곱 시·군은 2015년부터 협의회를 구성해 6년째 동서고속도로 조기 개통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눈물겨운 호소를 하고 있다. 올 1월에는 전 국민 서명운동도 벌였다. 한 달여 만에 71만여 명이 동서고속도로 조기 개통에 찬성했다. 삼척·영월·태백 등 각 지역 시민들로 이뤄진 지역 번영회도 고속도로 조기 개통 촉구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 결과 올해 큰 열매를 맺었다. 제천~영월 구간이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사업 추진 발판을 마련한 것. 2015년 이후 여섯 번째 도전 만에 첫 관문을 어렵사리 넘어섰다. 예타에 참여했던 조사위원 8명은 "지역 균형 발전과 생활 인프라 접근성 향상을 통한 지역 주민 생활 여건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며 만장일치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협의회 측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명서(강원 영월군수) 추진협의회장은 "제천~영월 구간만으로는 반쪽짜리 사업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제1차 고속도로 5개년 계획에 영월~삼척 구간이 중점 추진 사업에서 제외돼 두 구간 개통에 격차가 생겼다"며 "올해 말 발표할 제2차 고속도로 5개년 계획에서도 빠진다면 강원 교통 오지 지역의 성장 동력을 영원히 잃어버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작년부터 지방 도로 같은 기반 시설은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균형 발전 평가 비중을 높인 만큼 영월~삼척 구간도 예타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국토부가 이미 1차 5개년 계획(2017년)에서 영월~삼척 구간을 추가 검토 사업 중 최우선순위에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시간이다. 영월~삼척 구간이 2차 5개년 계획에서 중점 추진 사업으로 포함되지 않을 경우 제천~영월 구간과 최소 5년 격차가 생길 것이란 우려다. 예타를 통과한 제천~영월 구간은 노선 계획 수립·설계를 거쳐 2025년 착공할 예정이다. 협의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최승준 정선군수는 "정부가 영월~삼척 구간을 고속도로 5개년 계획에 반영하고, 예타와 설계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면 두 구간을 동시 착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