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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눌렀더니 대구 전체가 마비…주택거래량 반토막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0.12.08 04:00
[땅집고] 대구 달서구 월성동 일대 아파트 단지. 수성구가 조정대상지역이 된 이후 아파트 매매거래가 대폭 감소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장귀용 기자


[땅집고] “수성구를 막았더니 대구 전체가 마비됐네요.”

지난달 19일 수성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대구 아파트 매매시장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 수성구 11월 아파트 거래량은 80% 이상 급감했다. 대구 전체 거래량도 한 달 만에 반토막이 났다.

현지에서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를 틀어막자, 수요 기반이 약했던 주변 지역까지 덩달아 매매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수성구 중에서도 이른바 ‘만삼범사’로 불리는 만촌 3동, 범어 4동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은 주택 경기 활발하지 못했다”면서 “정부가 지엽적 판단으로 수성구 전체를 규제하면서 다른 지역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한다.

■수성구 규제하자, 대구 전체 거래 감소

[땅집고] 올 11월 대구 수성구와 달서구 아파트 매매거래량. /장귀용 기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2월 7일 기준으로 수성구의 11월 아파트 거래량은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전인 18일까지 총 543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 지정(19일) 이후에는 단 63건에 그쳤다. 하루 평균 30건에서 5건으로 83% 감소한 셈이다. 아직 신고 기한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수성구의 11월 전체 아파트 거래량을 10월(1239건)과 비교해도 절반 이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수성구뿐만 아니다. 대구 전체 아파트 거래량도 덩달아 줄었다. 대구 전체 11월 아파트 거래량은 3426건으로 올 들어 가장 적다. 10월(4581건)보다 약 25% 감소했다. 11월의 경우 19일 이후 거래만 보면 983건에 그쳤다. 11월 전체의 22% 수준이다.

수성구로 진입수요가 많은 것으로 꼽히는 달서구와 중구, 남구도 연쇄적으로 거래가 감소했다. 약 56만명으로 대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달서구의 11월 아파트 거래량은 18일까지 745건이었지만 수성구가 조정대상지역이 된 이후에는 119건에 불과했다. 중구도 18일까지 193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19일 이후에는 27건만 추가됐다. 다른 자치구도 거래가 감소했다.

■수성구 일부만 과열…올 들어 청약 경쟁률도 하락

[땅집고] 연도별 대구지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과 실제 물량. /장귀용 기자


대구 수성구가 규제 지역으로 지정된 배경에는 신규 청약 시장의 과열이 한몫했다. 실제 대구는 2018년 이후 대전, 광주와 함께 ‘대대광’이라고 불릴 만큼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2018년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대전 78.64대 1 ▲대구 44.76대 1 ▲광주 38.9대 1 등이었다.

하지만 대구의 청약 과열 현상은 수요대비 공급물량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구 분양 물량이 전년보다 23%(5474가구) 늘어나자,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도 20.78대 1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대전(55.56대 1)과 광주(41.24대 1)는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전과 광주는 수요가 많은 구도심에서의 재개발과 신규 주거단지 개발 호재가 계속돼 왔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대구에서는 주요지역에서의 대규모 공급이 없었다. 대규모 공급이 이뤄진 ‘국가산단신도시’가 있었지만 사실상 대구생활권과는 동떨어진 달성군 구지면 일대에 조성돼 시내의 수요를 흡수하지 못했다. 구지면 일대는 대구 중심 번화가인 반월당과 약 40㎞ 거리다.

경쟁률이 낮아지면서 청약 당첨 가점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대구지역에서 분양한 51개 단지 중 최고 가점이 70점을 넘긴 곳은 청라힐스자이,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 죽전역 태왕아너스 등 7곳에 그쳤다. 청라힐스자이를 제외하면 평균 당첨가점도 45~58점대로 낮았다. 수성 푸르지오 리버센트 전용 84㎡A형의 경우 최저 당첨가점이 22점에 불과했다.

[땅집고] 2019년 6월 말 분양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범어W'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아이에스동서


■ “대구 전체 거래 막힌 셈”…실수요자 피해 우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성구가 규제에 막힌 이후 대구 매매시장 전체가 동맥경화에 걸렸다고 지적한다. 김은탁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수성구 대의원은 “당초 대구에서 주택시장이 과열된 지역은 만삼범사뿐이고 이마저도 규제 전부터 이미 집값이 꼭지점에 달한 상태였다”며 “수성구 전체를 틀어막자, 애당초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던 수성구 지산동과 범물동 일대까지 피해가 크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성구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이뤄지고 자금이 흘러야 하는데 거래가 완전히 끊어지면서 실수요자마저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결국 신규 청약에만 더욱 목메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정 지역을 일괄 규제할 경우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투기 수요 유입은 통제하면서도 지역 내 실수요 거래는 원활하게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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