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030 '영끌 내집마련' 안타깝다고? 미국·중국은 더하다

뉴스 글=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미국 SWCU 교수)
입력 2020.12.06 04:36


[땅집고] 1980년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이른바 밀레니얼이 서울 아파트 시장 ‘큰손’으로 떠올랐다. 올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입자를 연령대별로 분류한 결과, 30대가 38.5%로 가장 많았다. 20대도 사상 최초로 5%를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매수자 절반 정도는 20~30대라는 얘기다.

[땅집고] 올 10월 기준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 /한국감정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20~30대가 다주택자나 법인이 내놓는 물건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매매)해서 받아주고 있다”며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소위 친정부 언론 중심으로 20~30대가 서울 아파트 매입하는 것을 두고 ‘영끌’, ‘패닉바잉(공황구매)’이라며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전세 품귀, 전세금 급등 현상이 점점 심화하자 젊은층이 ‘지금이 내 집을 마련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과연 20~30대 밀레니얼이 단지 불안 심리만으로 서둘러 집을 사고 있는 것일까.

■밀레니얼의 영끌 매입은 ‘정확한 판단’이다

[땅집고] 1기신도시인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아파트. /조선DB


정부나 일부 언론의 진단이 무색하게도, 대다수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 역시 20~30대에 집을 매입했다. 당시 수도권에 거주하던 베이비부머라면 40대가 되기 전 경기 일산·분당 등 1기신도시에 아파트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마디로 밀레니얼이 주택 매수에 적극 나서는 최근 현상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밀레니얼 성향을 알아보자. 이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 여파로 사회에 진출할 때부터 저성장으로 인한 경기둔화, 앞선 세대보다 낮은 가처분소득을 경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젊은층 사이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가격 비교에 능하다. 물건 하나를 구입하더라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10원이라도 싼 곳에서 구입한다. 가성비에 예민한 밀레니얼이 덜컥 집을 산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세대를 잘 모르는 현 정부 고위 인사와 일부 기성 세대의 주관적 견해에 가깝다.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소비 중에서도 가장 많은 고려와 판단을 해야 하는 행위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창문에 전월세 안내문이 붙어있다. /조선DB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은 밀레니얼이 아파트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각종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로선 집값이 잡힐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여기에 더해 새 임대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세난은 더 심화하는 중이다.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은 역대 최저인데, 3기신도시 입주 시기는 빨라야 2025년이다. 그야말로 20~30대 밀레니얼이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20~30대는 과거 어떤 세대보다 더 똑똑하다. 이들은 이미 모든 정보를 분석해 결론을 내리고 집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 밀레니얼 주택보급률, 우리나라보다 높아

외국 밀레니얼은 우리나라 밀레니얼보다 주택을 더 적극적으로 사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선 전체 주택 구매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9% 정도로, 베이비붐 세대 비중(33%)을 이미 추월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가 주택 매입에 뛰어들기 시작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경제 호전과 대출 여건 개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기 전 밀레니얼의 실업률은 역대 최저였고, 평균 소득 수준도 최고치를 찍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거의 없으니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미국의 최대 모기지 대출 업체인 ‘퀵큰 론스(Quicken Loans)’는 주택 매수자가 집값의 1%만 내면 나머지 99%를 빌려주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땅집고] 2017년 기준 세계 각국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보급률. /HSBC은행


중국 밀레니얼들은 미국보다 더 공격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17년 HSBC은행이 9개국 대상으로 1990년대 출생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보급률을 조사한 결과 중국이 70%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35%)의 2배에 달하는 수치며, 2위인 멕시코(42%)와도 무려 30%포인트 차이난다. 이 자료가 3년 전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현재 각국 밀레니얼 주택보급률은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밀레니얼의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데도 주택보급률이 높은 이유는 부모에게 증여받은 자산으로 혼수용 주택을 마련하는 문화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한자녀 정책을 오랜 기간 지속해온 탓에 성비 불균형이 심각해, 집이 없으면 결혼하기도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밀레니얼이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와 부모의 자산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각종 정보와 스마트기기로 무장한 이들이 주택을 매입한다고 결정한 데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따라서 기성 세대가 최근 20~30대의 아파트 매입 현상을 무조건 우려와 걱정의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화제의 뉴스

이달 말 입주 '올림픽파크포레온', 예비입주자 호평 커뮤니티 시설 어떻길래
공사 중단 위기 '장위 4구역'…공사비 갈등 봉합 앞뒀다
용산 사옥까지 옮기는 HDC현산, 노원에 랜드마크 아파트 짓는다 | 서울원아이파크
우량임차인이라던 병원도 문 닫는다…메디컬 상가 투자, 안정적 수익 내려면
여의도 대교, 통합심의 접수…내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 목전

오늘의 땅집GO

이달 말 입주'올림픽파크포레온', 예비입주자 호평 커뮤니티 시설
용산 사옥까지 옮기는 HDC현산, 노원에 랜드마크 아파트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