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경질했다. 2016년 6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교체다. 후임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밝은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했다. 이에 따라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변 사장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골간을 만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수석과 가까웠다는 점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LH통합 이후 LH사장 출신으로 첫 국토부 장관에 오른 변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 행정학 박사를 받은 뒤 서울시도시개발공사 선임연구원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을 거쳐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를 지냈다. 시민단체인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을 지내면서 주로 주거복지 분야에서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과 함께 희망서울 정책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하며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이후 지난해 4월 LH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주거복지 로드맵과 3기 신도시 건설, 도시재생뉴딜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변 내정자는 이날 뉴스1에 “주택과 전세문제 등 여러가지 당면 현안과제 해소는 물론 주거취약층이 질 좋은 주택에 장기 주거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계획에 주력하겠다”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 정책 선봉장으로, 여기에 파생되는 일자리 등 경제의 다양한 부분에도 함께 신경쓰겠다"고 했다.
변 내정자 인선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험 많은 부동산 전문가인 변 사장을 내세워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파생된 각종 부작용을 타개하고,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강하게 밀어부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변 사장은 공공주택 공급과 택지개발을 담당하는 SH와 LH 수장을 지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변 후보자에 대해 "현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정책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주거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해낼 것"이라며 "양질의 주택공급을 더욱 가속화하는 등 현장감 있는 주거정책을 만들어 서민 주거 안정, 그리고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실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변 사장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기초를 닦았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이른바 김수현 라인이라는 점에서 정책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변 내정자는 지난 10월 국회에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주거복지에 특히 공공임대주택이나 저소득층, 비주택 거주자 같은 부분에 대해서 어떤 정부보다 많이 빨리 세심하게 했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적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한 소회를 묻자 “주택 정책이 삶의 질이나 품격과 관련이 높고 가격이 올랐을 때 갖지 못했던 분의 박탈감 등이 반영된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8월 국회에선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부동산 정책을 비교하며 “제일 잘한다”며 성적으로는 “중상(中上)”이라고 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