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건보료 뛰고 연금 못 받고…은퇴자 울리는 공시가 인상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0.12.03 04:19

[땅집고] “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만 더 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료가 오르고 기초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 공시가격을 앞으로 시세 9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은 기본적으로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세금이 오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시가격이 상승하면 다른 연관 세금에도 영향을 주고 연금과 대출금, 복지 제도에도 연쇄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공시가격 인상으로 고정 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은 세금 외에도 예상치 못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세금·연금 등 각종 제도는 60가지 정도다. 땅집고는 조하림 세희세무회계법인 대표 세무사 자문을 얻어 공시가격이 오르면 주택 보유자에게 어떤 부담이 증가하는지 알아봤다.

[땅집고] 공시가격에 연동해 달라지는 각종 준조세와 복지 항목.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


■ “공시가격 30% 오르면 건보료 13% 이상 인상”

우선 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크게 오른다. 건보료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직장가입자는 완전히 노출되는 급여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한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공개되는 월소득이 아닌 주택이나 자동차 등 재산을 평가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이 때문에 지역가입자의 경우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 과표가 올라 건보료 부담이 늘어난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지역 가입자의 평균 건보료가 13.4%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집고] 연도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예정치. /조선DB


실제로 이달부터 자영업자와 은퇴자 등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가구당 월 평균 보험료가 평균 8245원 올랐다. 이는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에 따르면 시세 9억원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지역가입자)의 건강 보험료는 올해 월 16만9000원인데, 2023년 아파트 시세가 12억원으로 오르면 월 19만1000원으로 인상된다.

[땅집고] 서울 시내 아파트. /조선DB


뿐만 아니라 그동안 건보료를 내지 않던 피부양자의 경우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건보료를 내야 할 수 있다. 피부양자 자격 상실 요건 중에는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하고 연소득 1000만원 이상일 경우 ▲소득에 관계없이 공시가격이 15억원을 넘을 경우 등이 있다. 만약 연소득 1000만원 이상인 은퇴자가 보유한 아파트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인 경우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만약 올해 공시가격이 9억원까지 상승했다면, 올해 건보료로 월 23만원을 내야 한다. 연간 약 270여 만원에 달하는 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19~23일에만 51만6000명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할 예정이다. 이 중 3.3%인 1만7000명이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 등 재산 가치 상승 때문에 자격을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 기초연금 줄고, 국가장학금 못 받을 수도

공시가격이 오르면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각종 복지 혜택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공시가격은 기초연금·기초생활 수급대상자나 취업후 학자금 장기상환대상자, 장애인연금·근로장학금 등의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수년 전 공시가격이 급등한 제주도에서 기초연금 탈락자가 대거 발생했다. 제주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016년 25% 급등하면서 2017년 제주지역 기초 노령연금을 신청한 9593명 중 4138명(43%)이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 기간 제주대에서는 소득이 낮은 학생에게 주는 국가장학금 수령액도 13% 줄었다. 국가장학금 대상을 선정할 때 쓰는 재산 기준에 공시가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가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국가장학금을 받았던 대학생 가운데 2만4500여 명이 올해는 집값 상승으로 인해 장학금을 덜 받거나 못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 4200명은 자격이 아예 박탈될 전망이다.

■ 상속·증여세와 각종 개발 부담금도 늘어

공시 가격이 오르면 상속·증여세도 올라간다. 증여·상속세를 부과할 때는 원칙적으로 시세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하지만, 단독주택처럼 시세를 알기 어려운 부동산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과세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공시가격 5억9000만원 집을 상속받는 경우 일괄 공제액 5억원을 제외한 9000만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면 된다. 이때 세율은 10%로 약 900만원이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7억원으로 오르면 일괄 공제액을 뺀 과세표준이 2억원이 되며 상속세로 3000만원을 내야 한다.

[땅집고] 상속 및 증여세율


공시 가격이 오르면 각종 개발 부담금도 늘어난다.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이 대표적. 재건축 초과이익은 재건축 사업지가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을 때 공시가격과 재건축 준공 완료 시점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즉,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이후 최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사업지의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재건축 부담금이 급등할 수 있다.

[땅집고]재건축초과이익 산정방식.


조하림 세무사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웬만한 대기업 직원 한달치 월급을 세금으로 내야 할 상황”이라며 “은퇴자는 건강보험료가 오르고 복지혜택도 줄어들 수 있어 미리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화제의 뉴스

김구라가 '한남동보다 좋다' 말한 곳, 알고보니 연예인 100명 사는 아파트
'피해주지마!' 공인중개사들 임장족에 강력 경고문 보낸 이유
현대·대우 등 주요 건설사 미수금 '17兆' 넘었다
3억 떨어졌던 노원 '미미삼'…재건축 용적률 상향 기대감 솔솔
회사 통근은 가까운데…"우리 아이 다닐 학교가 없어요" | 청주테크노폴리스 힐데스하임 더원

오늘의 땅집GO

"11년 전 분양가보다 떨어졌다" 일산 랜드마크 '위브더제니스'의 비극
한때 집값 폭등이 고민이던 홍콩, 부동산 반토막난 진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