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기도 하남의 미사강변신도시의 오피스텔에 사는 박모(32)씨는 귀가길에 단지 1층 로비와 엘리베이터에 경고문이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용은 하남시가 지난달 23일자로 배포한 ‘위장전입 경고’였다. 공고문에는 “최근 하남시 일대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위장전입에 대한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며 “위장전입자는 물론, 위장전입에 동의한 세대주도 관련 법령에 의거 직권조치(주민등록말소) 또는 처벌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아직까지 하남시가 직접 위장전입자를 잡아낸 사례는 없다. 그러나 하남시 측은 실제 위장전입 사례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상진 하남시 공동주택팀 주무관은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미사·감일지구 등 하남 일대 택지지구 아파트 청약이나 내년 교산신도시 사전청약을 위해 위장 전입 하는 경우가 많다는 민원이 접수됐다”며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차원에서 경고문을 붙였다”고 말했다.
■교산신도시 사전청약 위해 위장전입…원룸·고시텔 비거주전입 수요 늘어
지난 9월 국토교통부는 내년 7월부터 3기 신도시 6만 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을 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3기 신도시의 지구별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하남 교산(20%) ▲고양 창릉(17%) ▲과천(17%) ▲남양주 왕숙(15%) ▲부천 대장(13%) ▲인천 계양(11%) 순이었다. 교산신도시 선호도가 1등이다.
교산신도시 선호도가 높은 첫 번째 이유는 ‘강남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두번째, 전철 교통망도 신도시 예정지 중 가장 뛰어나다. 국토부는 ‘송파~하남도시철도’ 노선을 만들어 교산신도시에 지하철 역 3개를 신설하고, 이 노선을 지하철 3호선 오금역 및 5호선 하남시청역과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강남권으로 이어지는 전철이다.
3기 신도시에 청약해 당첨되려면 본 청약 시점(2023년)까지 하남시 거주기간이 2년 이상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예비청약자들은 사전청약 거주 요건을 갖추기 위해 벌써 몰려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하남시에 새로 전입한 인구는 1759명. 직전 8월(1186명) 전입건수와 비교하면 약 48%, 약 1년 전인 2019년 10월(956명)보다 83% 정도 늘었다.
하남 주민들 사이에선 최근 크게 늘어난 하남시 전입 건수 중에는 교산신도시 사전청약을 노린 위장전입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하남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방을 구한다’는 내용의 글이 수시로 올라 온다. 원룸이나 고시원을 찾는 수요가 특히 많다. 위장 전입을 도와주는 고시원도 있다. 하남시의 A고시원 관계자는 “청약 때문이라면 1~2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고 장기 계약도 가능하다. 중요한 우편물이 올 일이 있으면 총무가 따로 챙겨놓으라고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전세대란, 오피스텔 전세금도 덩달아 뛰어
이 같은 영향으로 하남시 전세금은 폭등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하남시 전세변동률은 ▲10월 4주 0.25% ▲11월 1주 0.33% ▲11월 2주 0.17%를 기록했다.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서울 전세금 상승률(0.1~0.14%)과 비교해도 하남시의 전세금 상승률은 거의 두 배 이상으로 훨씬 심각하다.
전·월세 매물도 거의 없다. 한 부동산 매물 포털 사이트의 경우 이달 18일 기준 총 1066가구 규모 ‘미사강변 푸르지오 2차’에선 전세로 나와있는 매물이 단 8건뿐이었다. 이달 101㎡ 전세 계약이 8억7000만원에 체결, 직전 6억원 거래(10월 29일) 대비 전세금이 2억7000만원 뛰었다. 주변 ‘미사강변 센트리버’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 59㎡는 지난 9월 3억3600만원에 전세로 거래됐는데, 10월에는 5억5000만원에 거래해 한 달 만에 보증금이 2억1400만원 높아졌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보증금이 최고 6억5000만원까지 오른 매물이 등록됐다.
하남시의 오피스텔 전세금도 뛰고 있다. 미사123공인중개사사무소 박옥식 대표는 “2~3년 전 분양한 신축 오피스텔들 전세가격이 분양가격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로 전세금이 올랐다”고 말했다. 지하철 5호선 미사역 근처 ‘퀸즈파크미사1차’ 19㎡의 경우 7월까지만 해도 전세보증금이 1억1000만원이었는데, 11월에는 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이 뛰고, 이걸 잡겠다고 신도시 정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청약하겠다고 사람이 몰려 전·월세가 급등한 것”이라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