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잔금 치르는 날, 매도자가 집에 ‘까나리 액젓’을 뿌리고 도망갔습니다. 집값이 올랐다며 계약을 파기하자고 한 걸 거절했더니 이런 쓰레기같은 짓도 하네요.”
울산광역시에 사는 30대 A씨 부부. 지난 9월 중순 중구 혁신도시의 한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를 5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단 집주인 B씨에게 계약금으로 5000만원을 입금한 후, 잔금은 11월 중순쯤 송금하기로 했다. 그런데 11월 초부터 울산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 아파트값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6억3000만원(11월 14일)까지 뛰었다. 현재 호가는 7억원까지 올랐다. 서울·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비규제지역인 울산 아파트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행여나 B씨가 ‘이 가격에는 집 못 팔겠다’라며 마음을 바꿀까봐 겁이 난 A씨는 약속일자보다 열흘 빨리 중도금을 보내고, 송금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아니나 다를까 B씨는 “그 사이 집값이 너무 올라 5억원에는 못 팔겠다. 5000만원 올린 금액으로 재계약하지 않으면 매매계약을 파기하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내 집 마련이 급했던 A씨 부부는 변호사를 선임, 중도금을 지급한 이상 일방적 계약 해지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매매계약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잔금 정산 당일 벌어졌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자마자 B씨는 “이사하면서 놓고 온 물건이 있다”며 30분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후 B씨로부터 입주할 집의 카드키를 넘겨받아 안으로 들어간 A씨는 경악했다. 신발장·붙박이장·환풍기·화장실 등에 갈색 까나리 액젓이 흩뿌려져 있어 악취가 진동하는 데다 장판과 벽지는 칼로 찢기고, 스위치·콘센트·보일러 컨트롤러 등 부품들은 망치로 내려친 것처럼 망가진 상태였다. A씨는 울산지역 부동산 커뮤니티에 이 같은 사연을 소개하며 “최근 집값이 몇 달 만에 올라 배 아픈 매도자들 많을 거다. 하지만 마지막 날까지 본인이 살던 집에 그런 짓을 하고 싶을까”라며 “이놈의 부동산 때문에 미친놈 상대도 해본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경우 A씨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뭘까. 먼저 형사상으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적용되는 재물손괴죄를,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청구를 들어 고소할 수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김순득 법무법인 세화 변호사는 “당시 이삿짐센터 직원 측 진술을 통해 B씨가 소유권 등기이전 후 주택 내부를 훼손한 정황을 확인했다. 한마디로 주택이 A씨 소유로 넘어간 뒤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손해배상금액의 경우 집 수리에 든 모든 비용을 포함해 추후 책정한다”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A씨의 아내가 출산 직전에 이 같은 일을 겪으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위자료 청구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결국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원인이 돼 일어난 갈등이지만 (B씨의) 죄질이 특히 나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A씨가 B씨의 의사를 묻지 않고 마음대로 중도금을 선지급한 것도 잘못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는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동산 계약 당사자들이 특약으로 ‘약속한 날짜 전에는 중도금을 주고받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지 않은 이상, 매수인이 중도금 지급일을 앞당기더라도 계약이 유효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2다46492).
최근 집값이 단기 급등한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매도자들이 매매계약서에 ‘약정일 전 중도금 지급을 금지한다’는 식의 특약사항을 적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격이 오른 전 금액에 집을 처분하느니, 계약을 파기하고 매수자에게 계약금을 배액 배상해주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반론 보도문> 땅집고는 지난 12월 2일자 뉴스면 ‘집값 더 줘’ 거절했더니… 온집안에 ‘까나리 액젓 테러’ 및 4월 7일자 뉴스면 “집값 안 올려줬다고 액젓 테러” 결국 쌍방 고소로 제목의 각 기사에서 울산시 중구의 모 아파트에서 매매 대금 증액 거절에 대한 보복으로 매도인이 액젓을 뿌리고 집안을 파손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매도인은 “보도된 내용은 매수인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매수인 측이 매도인을 권리행사방해죄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혐의없음의 불송치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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