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졸속 입법의 역습…전세대란이 결국 집값 올린다

뉴스 심형석 미 SWCU 교
입력 2020.11.23 19:42

[부동산의 정석 by 심형석] 전세 대란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

[땅집고] 전세 매물로 나온 서울의 한 아파트를 보기 위해 복도에 전세 입주 희망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땅집고] 전세대란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서울의 경우 전세 물량이 크게는 90%, 적게는 60%씩 줄었다. 1000가구 아파트 대단지에도 전세 매물은 1~2개 정도 있을 따름이다. 대기하고 줄을 서서 전세 계약을 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집을 보고 전세 계약을 했으면 다행이다.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보내는 형국이다. 입주 물량이 급감하고 집주인의 거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신규 임대차 물량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규제에서 벗어난 신규 임대차 계약의 경우 집주인은 전세가격을 최대한 높이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전세 대란이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9.3인데 전국(187.0)도 크게 차이는 없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착한 집주인은 사라진지 오래다. 충분히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겨도 되는 임대차시장을 규제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소위 임대차 3법이 도입될 때 예견됐던 문제였다. 전세 매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규제는 거래 가능한 아파트를 줄이는데 이건 매매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전세 등 임대차 시장에서도 거래 가능한 아파트가 줄어든다. 선후가 한참 잘못된 것이다. 임대차3법을 도입할 때 먼저 임대주택 등록제를 통해 시장을 정확히 파악한 후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했어야 했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임대차주택 정보는 전체의 28.3%에 불과하다. 70%가 넘는 임대주택 정보는 아예 없다. 문재인 정부는 각종 임대사업자 정책과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기초적인 임대정보 자료도 없이 진행했다. 결국 ‘졸속 입법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땅집고] 서울시내 아파트. /조선DB


전세 대란은 매매시장도 흔들고 있다. 최근 매매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가율이 많이 낮아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53.6%다. 전세가율이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은 성동구(-33.08%포인트), 영등포구(-32.85%포인트), 동대문구(-32.55%포인트) 순이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 이 비율은 무려 73%였으니 20%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그동안 매매가격은 많이 올랐으나 전세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올라 벌어진 격차다.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면 다시 좁히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전세 가격은 오르면서 매매가격은 덜 오르게 된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다.

/KB국민은행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노무현 정부 때도 매매가격이 오르면서 전세가율이 떨어졌다. 2002년 2월 62%에서 2005년 6월엔 47.7%로 조정됐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전세가율은 38.2%(2009년 1월)까지 낮아졌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후 오랫동안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고 폭이 크다면 그동안 벌어졌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것이다. 다시 예전의 70%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시장의 자정 작용에 의한 것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매매가격이 다시 움직이는 것 또한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돈 주고 전세 사느니 집 사는 것이 좋겠다”는 푸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3기 신도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줄어든 입주 물량과 함께 전세 대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전세 대책을 발표했지만 전세 대란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 현재 상황에서 다시 규제가 더해지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규제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다시 규제가 도입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거래 가능한 아파트는 더욱 사라질 것이다.

1989년 5월 노태우 정부는 전세난으로 인해 주택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같은 해 12월30일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후 벌어진 상황은 지금과 비슷하다. 전세가격이 폭등하고 집을 구하지 못한 서민들은 임대료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법을 바꿀 때는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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