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거 기계실 아녔어?" 1층 임대주택 황당 설계 논란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0.11.23 05:30
[땅집고] 최근 입주자를 뽑은 서울 강동구 강일동 '고덕강일7단지' 임대주택. 1층의 경우 현관문이 사실상 도로와 붙어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밤에 도둑이나 안 들면 좋겠는데…. 똑같은 임대료를 내는데, 왜 1층 입주자만 차별하는 건가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11일 입주자를 발표한 서울 강동구 강일동 ‘고덕강일7단지’ 아파트. 지하 2층~지상 20층 2개동에 1025가구로 구성된 임대주택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버스로 20분쯤 떨어진 5호선 상일동역이어서 교통이 썩 좋지는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임대료는 가장 비싼 주택형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0만원. 최근 서울 집값과 전세금이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저렴해 입주 경쟁이 치열했다.

[땅집고] '고덕강일7단지' 1층과 2층 이상은 주택 설계가 확연히 다르다. /이지은 기자


그런데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최근 현장을 찾았던 이 아파트 1층 입주예정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요즘 신축 아파트에선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동(棟)마다 공동현관을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카드키 등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고덕강일7단지도 이런 구조로 지어졌다.

문제는 1층만 전혀 다르게 설계된 것. 개별 주택의 현관 출입문이 도로와 붙어있다. 도로와 개별 현관 출입문 사이에 인도와 화단을 만들었지만 외부인 출입을 막는 담장이나 울타리가 없다. 도로를 지나는 외부인이 맘만 먹으면 1층까지 쉽게 진입할 수 있다. 비나 눈이 많이 올 경우 침수 피해는 물론이고 택배 분실·도둑 등 범죄에 취약한 상황이다. 그나마 방범용 CCTV는 공동현관 출입구에만 설치돼 1층 집은 CCTV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땅집고] 1층 주택은 개별 현관에 보안 장치가 전혀 없어 외부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이지은 기자


입주자 예정자들은 “임대료를 덜 내는 것도 아닌데, 왜 1층만 보안에 취약하게 만든 것이냐”, “1층만 차별하는 것 같아 계약하기가 꺼려진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별 임대료가 ▲29㎡ 보증금 1760만원, 월세 17만4800원 ▲39㎡ 3353만원, 월세 23만8100원 ▲49㎡ 4989만원, 월세 30만5400원이다. 층수에 따라 임대료 차이는 없다.

이 아파트 1층 입주 예정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렵게 당첨됐는데 보러갔더니 집이 저런 구조라 고민이다. 처음에는 (집이 아니라) 경비실이나 기계실인 줄 알았다”라며 “무작위로 호수나 층수를 선정하는 거라 바꿀 수도 없다고 한다. 도둑이나 안 들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땅집고] 아파트 현장을 다녀온 뒤 계약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1층 입주예정자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쳐


왜 1층만 다르게 설계했을까. SH공사 관계자는 “고덕강일7단지는 SH가 주관한 설계 공모에서 당선작으로 뽑힌 설계를 적용한 것”이라며 “설계 콘셉트 자체가 아파트와 주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열린 단지’여서 1층을 개방형으로 지었다”고 했다. 그는 1층 입주자들의 불만 제기를 예상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아파트가 이미 완공해 주택 구조를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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