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가권익위원회가 ‘주택의 중개보수 산정 체계 개선’을 주제로 지난 16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중개보수(일명 복비) 합리화 방안’이 구설에 올랐다. 저소득층이나 청년 세대, 신혼부부 같은 주거 취약 계층이 6억원 이하 집을 사고 팔 때 중개보수를 면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언뜻 서민용 주거안정 대책으로 보이지만 벌써부터 날 선 비판이 나오는 건 왜 일까. 지난 몇 년간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을 폭등시킨 것도 모자라 세금 폭탄까지 안겨준 정부가 ‘병주고 약주기식 선심 정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감면하는 중개보수는 누가 낼 것이냐도 논란이다. 결국 국민 혈세가 쓰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중개보수가 부담된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개보수가 오르는 근본 원인은 뭘까. 중개보수는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금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가중되고 주택 공급 부족으로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매매가와 전세금이 동반 폭등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니 거래금액의 최대 0.9%까지 산정되는 중개보수도 덩달아 올랐다. 결국 집값 폭등이 중개보수 상승을 초래한 셈이다.
집값 급등은 보유세 급증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더해지면서 이제 보유세 문제는 다주택자나 부자들만의 근심거리가 아니다. 땅집고 택스맵으로 향후 내야 할 보유세를 계산하면 현재 공시가격 6억~7억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 상당수가 5년 안에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된다. 세 부담은 지금보다 최대 3~4배까지 폭증한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렇듯 매년 내야 하는 세금은 대폭 올리고 한 번 내고 마는 중개보수를 감면해 준다는 것은 주거취약계층을 두 번 울리는 얄팍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정책 결정 과정도 문제다. 중개보수 합리화 방안은 이해당사자인 중개업계와 사전에 전혀 논의하지도 않았다. 중개보수 감면분을 지방자치단체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내용 역시 어떠한 여론 수용 과정 없이 권익위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내가 하면 로맨스’식 일방통행 정책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집권 초기에는 주택임대업을 장려하다가 갑자기 집값이 폭등하자, 다주택자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 대표적이다. 공공재개발 사업도 지금은 흥행을 장려하지만 만약 해당 지역 집값이 들썩이면 태도가 어떻게 돌변할지 모를 일이다.
손바닥 뒤집듯 바뀐 부동산 정책에 이어 중개보수 감면 제안까지 이번 정부의 정책 결정에서는 한없는 가벼움이 느껴진다. ‘정(政)’이란 글자는 바르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쳐서 다듬는 과정을 담고 있다. 국민들은 책임있는 정치, 신중한 정책을 기대한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