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전세난과 함께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중저가 매매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이나 경기 김포·파주시 같은 서울 인접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를 매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구 아파트 거래는 106건으로 직전달인 9월에 비해 35.9%(38건) 늘었다. 도봉구는 같은 기간 178건으로 전달 대비 27.1%(38건), 중랑구는 124건으로 20.4%(21건) 각각 늘었다. 노원구의 경우 증가율은 5.4%(312건→329건)에 그쳤지만, 거래 건수로 따졌을 때 서울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일어났다.
10월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는 3457건으로 9월 거래량 3770건에 못미치고 있다. 다만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 남아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10월 거래량은 9월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는 이미 10월 아파트 거래 건수가 9월을 넘어섰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도의 아파트 거래는 지난달 1231건으로 22.4%(225건) 증가했다. 신고기한이 지나면 10월 거래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김포시의 아파트 매매 건수가 지난달 2332건으로 58.9%(864건) 늘면서 거래가 급증했다. 김포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9월에 이어 10월도 경기도에서 가장 많았다. 김포는 6·17대책에서 파주 등과 함께 비규제지역으로 남으며 최근 전세 회피 수요와 갭투자 수요가 몰렸던 지역으로 꼽힌다. 고양시는 10월 1299건으로 15.7%(176건), 파주시는 1014건으로 14.4%(128건) 각각 아파트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경기도 내에서 거래 건수가 1000건이 넘는 곳은 김포·고양·파주시와 함께 ▲용인시(1322건) ▲수원시(1231건) ▲화성시(1066건) 등 총 6곳이었다. 6곳 모두 서울과 인접해 있고 교통이 편리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곳으로, 서울의 대체 주거지로 유망하게 꼽히는 곳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내 전세금과 집값 상승이 지속된다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의 심리까지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이는 주택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이어져 집값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난이 이렇게 심해진 건 임대차법의 영향이 크고, 특히 임대료 상한제와 세입자 보호책 같은 경우에는 단기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2~3년 후에는 지금의 극도의 혼란은 어느 정도 진정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