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옥에도 표준화된 모듈러 기술을 적용해 시공하는 국내 첫 사례가 나왔다. 한옥 모듈러 표준화가 완료되면 지금보다 50% 이상 비용 절감과 공기(工期) 단축이 가능해 한옥 대중화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추진 중인 한옥 스테이(Stay)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모듈러 공법은 자재와 부품 일체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기술이다. 싱가포르와 유럽·미국에서는 차세대 주택 건축 공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강공업이 2006년 경남 창녕에서 단독주택에 처음 도입했지만 한옥에는 아직까지 적용한 사례가 없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은 모듈러 표준화 기술을 적용한 한옥을 오는 23일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한옥업체 소나무A&E 공장 부지에서 착공한다고 16일 밝혔다.
이 한옥은 실제 시공을 통한 모듈러 표준화 기술 확보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기술 확보가 완료되면 민간기업에 기술 이전을 통해 대량 생산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옥은 콘크리트공법(RC)으로 지어진 단독주택보다 공사비가 최대 2배 가까이 소요된다. 주자재인 목재수급이 일정하지 않은데다 전문 인력도 많지 않아 인건비가 비싸다. 이 때문에 모듈러 공법이 정착되면 한옥 보급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한옥은 구조가 정형화되어 있고 ‘칸(間)’의 개념이 명확해 유지보수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한옥 실증 연구를 이끌고 있는 임석호 건기연 선임연구위원은 “모듈러 공법을 도입하면 3.3㎡(1평)당 1000만원에 달하는 건축비가 소비자 가격으로 400만원까지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양평에 진행하는 실증 주택을 바탕으로 이른 시일 내에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모듈러 한옥이 표준화되면 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관광 육성 차원에서 추진 중인 한옥스테이 사업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지차체에서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자체 개발을 통해 공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좌절된 곳도 많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에 조성한 경북도청신도시는 도시 조성 단계에서 한옥마을과 한옥호텔을 계획했지만 사업성을 이유로 사업에 진전이 없다.
건기연은 내년부터 15층 이상 고층 주택을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 실증 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경기주택공사(GH)와 함께 용인에서 부지를 확보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