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단독] "주민동의 필요 없다" 정부, 공공재건축 방침 돌연 수정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0.11.16 03:00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최근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공공 재건축의 첫 단계인 사전 컨설팅 신청이 기대보다 저조하자, 당초 발표와 달리 해당 아파트 주민 동의 여부는 무시하고 컨설팅을 신청해도 좋다는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8·4주택공급 대책 발표 당시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없는 지역에서는 반드시 토지등 소유자 10% 이상 동의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4일 이후 지금까지 신청 단지가 15곳에 그치고, 그나마 일부는 철회하는 등 사실상 실패한 정책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자, 당초 방침을 슬그머니 뒤집은 것이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재산권에 중요한 변화가 올 수도 있는 사전컨설팅을 신청하면서 주민 동의가 필요없다는 것은 정부가 위법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공 재건축은 8·4주택공급 대책 핵심 중 하나로 주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의 재건축 참여에 동의하면 용적률 상향, 인허가 간소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5일 “현실적으로 아파트 단지 규모가 큰 곳들이 전체 주민 10% 동의를 받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당초 발표와 달리) 방침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며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지 않은 단지도 대표성이 있는 자가 주민 동의에 관계없이 신청하기만 하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땅집고]서울 세림아파트 추진위원회 관계자가 이 아파트 소유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 주민 동의없이 컨설팅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세림아파트 소유자


국토부는 이런 방침을 사전 컨설팅 접수 대행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내려보냈고, LH는 사전 컨설팅을 신청하는 아파트 관계자들에게 주민 동의가 필요없으니 적극 신청하라고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세림아파트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땅집고 통화에서 “LH 담당자가 공공재건축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주민 10% 동의가 없이 일단 사전컨설팅을 신청하라고 제안했다”며 “컨설팅을 받는데도 돈이 들기 때문에 정부가 무료로 해준다는 것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땅집고] 주민동의없이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해 논란이 일고 있는 성동구 마장동 세림아파트. /네이버지도


실제로 이 아파트 추진준비위는 지난 9월 23일 LH의 제안대로 사전컨설팅을 신청했다. 세림아파트는 1986년 준공했고, 최고 15층 811가구다. 2018년 4월 정밀안전진단에서 안전진단 D등급(조건부 재건축)을 받았지만 아직 정식으로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는 않았다.

[땅집고] 지난 8월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했던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신청 자격. 국토부는 최근 주민 동의 요건을 슬그머니 없앴다. /국토부


지난 8·4대책에서 정부는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의 경우 조합이나 추진위가 구성된 곳은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이 신청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만약 추진위 구성 전이라면 준비위원장이나 아파트 소유자협의회 대표 등 단지를 대표할 수 있는 자가 신청할 수 있지만 사업구역 내 토지등 소유자 1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세림아파트는 아직 정식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출범하지 않은 상태로 컨설팅을 신청하려면 아파트 소유자 811명(토지등소유자 850명)의 10%인 80여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가 사전 컨설팅 신청에 필요한 주민 동의 요건을 없앤 것에 대해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대표성도 없는 단체가 공공 재건축 같은 중요한 문제를 맘대로 결정한 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공재건축에 반대하는 세림아파트 주민들은 “추진준비위가 정부와 함께 일방적으로 공공 재건축을 추진한다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화제의 뉴스

김구라가 '한남동보다 좋다' 말한 곳, 알고보니 연예인 100명 사는 아파트
'피해주지마!' 공인중개사들 임장족에 강력 경고문 보낸 이유
현대·대우 등 주요 건설사 미수금 '17兆' 넘었다
3억 떨어졌던 노원 '미미삼'…재건축 용적률 상향 기대감 솔솔
회사 통근은 가까운데…"우리 아이 다닐 학교가 없어요" | 청주테크노폴리스 힐데스하임 더원

오늘의 땅집GO

"11년 전 분양가보다 떨어졌다" 일산 랜드마크 '위브더제니스'의 비극
한때 집값 폭등이 고민이던 홍콩, 부동산 반토막난 진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