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높게 뛰며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와 신규로 전세를 계약하는 경우의 전세금 차이가 2배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활용해 기존 전세 보증금의 5%만 올려주고 2년 더 거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존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전셋집 공급이 급감함에 따라 신규 세입자를 구하는 전셋집의 보증금 호가는 크게 뛰었다.
■ 같은 단지에서도 전세금 두배 차이…강남권 중심으로 두드러져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면적 77㎡는 지난달 31일 보증금 8억3000만원(9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16일에는 보증금 4억2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2년 전 4억원에 맺었던 전세 거래를 갱신했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아파트, 같은 주택형에서 전세금이 2배가량 차이 나는 계약이 이뤄진 것.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역삼자이’ 전용 60㎡도 이달 1일 보증금 10억원(29층)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이는 지난 6월 29일 계약된 역대 최고가와 같은 금액이다.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시에만 호가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계약은 신규계약일 가능성이 높다.
약 2주 전인 16일 3건의 전세 거래가 5억5300만원(8층·12층·13층)에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이 역시 보증금 차이가 2배에 달한다. 5억5300만원은 5억3000만원에서 약 4%(2120만원)가 더해진 값으로, 3건의 거래는 계약 갱신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60㎡는 이달 3일 보증금 11억3000만원(4층), 지난달 5일에는 11억5000만원(14층)에 각각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달 전세 계약 12건이 5억586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비싼 값이다. 5억5860만원은 5억3200만원에 5%(2660만원)가 오른 값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한 계약임을 알 수 있다.
■ 마·용·성, 금·관·구로도 확산 조짐
이러한 상황은 강남권 뿐만 아니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서울권 내 중저가 아파트 전세 거래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삼성래미안’ 85㎡는 이달 1일 8억8000만원(13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하루 전인 10월 31일 5억3000만원(3층)에 거래된 것보다 3억5000만원이 비싼 금액이다.
성동구 금호삼성래미안 60㎡는 지난달 29일 6억원(5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같은 달 6일 3억8840만원(6층)보다 2억원 넘게 올랐다. 이 계약은 기존 3억7000만원에서 보증금을 약 5% 올린 거래로 추정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교육과 직장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전세 물량 부족 등으로 전세금 전체적으로 크게 뛰고 있어 새로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들의 주거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정부가 선의를 가지고 시행한 정책이 오하려 중산층 이하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 집 마련의 발판이 됐던 전세 구하기가 힘들어지며 사회적양극화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손희문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