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84㎡ 15억 순식간에 돌파…청량리, 이젠 '강북의 삼성동'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0.11.09 04:48

[땅집고] 지난 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KTX(고속철도)·분당선·지하철 1호선·경의중앙선·경춘선 등 5개 노선이 만나는 청량리역 3번 출구로 나와 주택가를 따라 5분쯤 걸어가니 2018년 입주한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 아파트가 나왔다. 청량리역 일대에서 실거래가 기준 최고가 아파트다. 84㎡(이하 전용면적) 가 지난달 11일 15억3000만원(22층)에 팔렸다. 청량리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입주 당시 시세는 9억9000만원이었는데 3년 만에 5억원 넘게 올랐다. 새로운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시행한 8월 이후 매수세에 불이 붙었다”고 했다.

[땅집고] 청량리역 일대 주택가에서 바라본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 아파트. /전현희 기자


서울 동북부 교통 요충지로 꼽히는 청량리역 일대 집값이 정부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섭게 뛰고 있다. 지난달에만 청량리역 일대 아파트 값은5000만~1억원 정도 오르면서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교통망 개선 호재가 많은 데다 역 주변 상업시설 개선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두 개나 지난다는 점에서 삼성역 못지않은 대변화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 청량리역 일대 84㎡ 아파트값 15억 돌파

청량리는 4~5년전까지만 해도 주거 환경이 낙후해 주거지로서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인근에 성매매업소 등 이른바 혐오시설이 있고 학군도 좋지 않았던 것. 집값도 낮았다. 동대문구 청량리동 ‘미주아파트’ 88㎡는 2016년까지만 해도4억~5억원에서 거래됐다. 당시 중랑구나 노원구 아파트값과 비슷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지난달 청량리역 일대 준공 10년 미만 아파트가 연달아 최고가를 기록한 것.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는 이전 최고가보다 1억원 오른 15억3000만원(22층)에 팔렸다. ‘래미안크레시티’ 84㎡도 지난달 5일 14억원(13층)에 거래가 이뤄지며 열흘 만에 6000만원이 뛰었다. 답십리동 ‘래미안위브’ 59㎡는 11억700만원(15층), ‘힐스테이트 청계’ 59㎡는 11억4000만원에 각각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강북에서는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나 광진구를 제외하면 집값이 가장 높다.

[땅집고] 청량리역 일대에서 짓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한양수자인'. /전현희 기자


■ “철도 교통은 최고…출퇴근 편리해”

청량리는 이전에도 철도 교통은 손꼽힐 정도로 좋았다. KTX·분당선·지하철 1호선·경의중앙선·경춘선까지 다섯개 철도 노선이 지나고 있다. 여기에 면목선, 강북횡단선, GTX B노선(2022년 착공 예정)과 C노선(2021년 착공 예정)이 추가된다. 버스환승센터가 역 바로 앞에 있어 46개 버스 노선이 지난다.

최근 청량리역이 더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면서도 교통이 편리하고, 강남이나 도심 출퇴근이 유리한 지역의 희소성이 더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농동의 O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마포에서 종로나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던 직장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5호선 답십리역이 인접한 래미안 두산위브는 광화문 출퇴근 수요, 2호선 신답역 붙어있는 아파트에는 강남이나 시청 출퇴근 수요가 넘어온다”고 했다.

[땅집고]청량리역 일대 아파트 위치 및 재개발 구역 위치./전현희 기자


교통 여건이 훨씬 떨어지는 서울 외곽과 수도권에서도 10억원을 웃도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청량리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이는 것도 수요자들이 몰려드는 이유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청량리 일대 교통 호재는 몇 년 전부터 나오던 얘기”라며 “인화물질이 가득한 곳에서 불씨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듯 현재 주거 대란에서 사소한 호재가 청량리로 관심을 쏠리게 한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들어선 '래미안크레시티' 아파트. /전현희 기자


■ 시간이 변수…개발 현실화까지 10년 이상 남아

청량리역 일대는 새 아파트 개발이 대거 추진되면서 신흥 주거지로 변신하고 있다. 속칭 ‘청량리 588’로 불리던 옛 집창촌 터에는 주상복합 ‘롯데캐슬 스카이 L-65’가 2023년 완공된다. 뿐만 아니다. 동대문구의 경우 63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문휘경뉴타운에 ‘홍릉바이오클러스터’가 들어서면 청량리역 주변에 일자리도 대거 창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량리 일대 집값을 좌우할 변수로 시간을 꼽는다. 각종 교통 개발 호재가 풍성하지만 실제 실현되려면 최소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당장 인천 송도와 남양주를 잇는 GTX-B노선은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이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오는 2022년 말 착공 목표로 진행하고 있지만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간 C노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홍 대표는 “지난 10년 간 정부에서 발표한 청량리 철도 계획 중 현재 성사된 것은 분당선 밖에 없다”며 “나머지 사업도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땅집고]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청량리7구역. /전현희 기자


청량리역 일대 재개발 사업도 이제 시작 단계여서 새 주거지가 형성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속도가 빠른 청량리 7구역도 지난 4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이르면 2024년 입주한다. 청량리 8구역은 조합설립인가만 받았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청량리 7구역이 사업시행인가 후 관리처분인가를 받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8구역도 10년 정도 걸린다고 봐야 한다”며 “신설동, 제기동 같은 경우 한옥보존구역이 있는 데다 주변 상권이 낙후해 상인과 조합원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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