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결혼 10년차 부부들이 향후 3년 집값 더 올린다

뉴스 글=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미국 SWCU 교수)
입력 2020.11.07 05:44

[부동산의 정석 by 심형석] 결혼 10년차 가구가 집값을 좌우한다


“결혼 10년차 가구가 집값을 좌우한다”.

2015년 노무라금융투자의 보고서에 실린 한 문구가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서울 집값 상승세가 201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는데, 그 근거로 ‘서울의 결혼 10년차 가구’ 숫자를 제시했다. 이 가구 수가 2015년 31만명을 넘어선 이후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논리였다. 대체 결혼 10년차 부부 인구가 부동산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길래 그러는 것일까.

결혼10년차. 초등학생이 된 자녀 때문에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거나, 전·월셋집에서 벗어나 본격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시기다. 2015년 위 보고서가 나올 당시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은 “2017년부터 입주물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서울 집값은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노무라금융투자의 분석이 맞았다. 앞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던 2000년대 초중반에도 이 같은 분석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바 있다.

■인구와 가구수를 통한 집값 분석, 비교적 정확해

결혼 10년차 부부 인구를 근거로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얼핏 참신해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인구통계를 활용한 기존 분석들과 크게 다른 방식은 아니다. 주택 구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시기, 즉 30대 후반~40대 초반 인구가 곧 결혼 10년차 가구라고 보고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것.

인구와 가구수를 들어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는 것은 비교적 정확한 추세 파악 방식이라고 평가받는다. 단기적으로는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추세치는 들어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구·가구수 변화는 한 번 바뀌기 시작하면 다시 되돌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주택 구입 단위 자체가 인구·가구이기 때문에 수급을 가장 우선시하는 부동산 시장의 방향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땅집고] 연도별 서울 집값 추이. 결혼 10년차 부부 인구 증감률과 서울 집값 등락률이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심형석 교수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은 베이비부머들이 결혼 10년차, 즉 30대 후반~40대 초반에 진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당시 서울 집값이 전년 대비 올랐던 시기(2002~203년, 2006~2007년)가 결혼 10년차 인구 증가 추이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즉 우리나라에서 가장 두터운 연령층인 베이비부머들이 결혼 10년차에 접어들면서 적극적으로 주택 구입 대열에 동참하는 바람에 집값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상승 했다는 얘기다.

이번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투기꾼들의 농간에 놀아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실수요자들이다. 실수요와 투자수요를 무 자르듯 딱 잘라 구분해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내 집 마련에 의의를 둔 결혼10년차 부부들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실수요에 가깝다. 투자자들이 시장에 선 진입했을 수는 있을지라도, 결국 실수요자들이 매입에 동참해야만 집값이 오르고 거래량도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30대 밀레니얼 세대들이 ‘패닉바잉(panic buying)’에 나서면서 집값이 더 뛰고 있는 현상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통계상으로도 전국 각 지역에서 외지인들의 아파트 매입수요는 20%에 그친다. 물론 지방에선 외지인 비중이 이보다 더 낮고,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더 높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나머지 80% 가량을 차지하는 실수요가 부동산시장을 움직인다는 사실은 증명 가능하다.

■서울 결혼10년차 가구, 2020년 이후 최소 3년간 증가…주택 공급난에 집값 더 오를 것

[땅집고] 전국(서울) 결혼 10년차 가구수 추이. /이지은 기자


앞으로 서울의 결혼 10년차 가구수는 어떻게 변할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8~2019년에 소폭 줄어든 이들 인구는 2020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다. 증가량이 7만가구 이상으로 많은 편이며, 그 기간 역시 적어도 2022년까지 3년은 지속될 전망이다. 2019년 서울에서 이뤄진 혼인 건수가 4만8000건이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숫자인 셈이다. 전국을 통틀어 봐도 마찬가지다. 2020년 5.28% 증가했던 결혼 10년차 가구가 2022년부터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이긴 하지만, 최소 3년 동안은 33만가구 내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여기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이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수급여건이 불안해질 예정이다. 주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데 주택 공급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 당연히 집값이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동산 시장의 기본은 인구(가구)의 양적 변화다. 소득에 기반한 질적변화, 인구계층구조에 근거한 구조변화, 매입 거주지역 변화에 따른 범위변화 등 어떠한 분석도 양적변화를 벗어나긴 힘들다. 집값 동향을 예측할 때 ‘결혼10년차 가구’를 유심히 살펴야하는 이유다. /글=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미국 SWCU 교수), 편집=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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