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GTX 뚫리는데, 서울 전세보다 싸네"…의정부 집값 꿈틀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0.11.05 05:11

[땅집고] 지난 26일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전철 1호선 회룡역 4번 출구 앞 너비 10m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신일유토빌’ 아파트가 나온다.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이달에만 3채가 줄줄이 5억원에 팔렸다. 지난 1월(3억8800만원) 가격과 비교하면 1억2000만원 정도 올랐다. 김혜진 유토빌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 아파트가 GTX(광역급행철도) 의정부역(예정)에서 가장 가깝다고 알려지면서 올 초부터 가격이 가파르게 뛰었다”고 했다.

[땅집고] GTX-C노선이 들어서는 의정부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의정부 호원동 회룡역./전현희 기자


의정부는 수도권 동북부 지역에서 서울과 가장 가깝다. 하지만 그동안 교통이 불편하고 군부대가 많아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주택 시장에서 소외됐다. 하지만 최근 의정부 집값이 심상치 않다. 아직 덜 오른 집값에 향후 개발 호재가 많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신혼부부 등 젊은 층 수요자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불과 6개월새 20~30%씩 오른 아파트도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4월 첫째주(-0.01%)까지만 해도 마이너스이던 의정부 집값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상승 전환해 이달 19일까지 연간 누적 상승률 3.33%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의 급격한 집값·전세금 상승으로 의정부시로 일부 수요가 옮겨가고 있지만, GTX 개통 호재가 일부 지역에 한정된만큼 구체적인 입지에 따라 온도 차가 클 것으로 내다본다.

■“GTX-C 개통하면 강남 출퇴근 빨라진다”

의정부시는 경기도청 북부청사, 경기도교육청 제2청사, 의정부지방법원 등 경기 북부 행정 기능이 집중된 도시다. 남쪽으로 서울시 노원·도봉구와 붙어 있다. 하지만 군 부대가 많아 부동산 개발에 제한을 받고,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이어지는 교통이 불편했다. 실제 의정부에서 전철 1호선 등을 이용하면 서울 도심이나 강남까지 1시간 이상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GTX-C노선의 의정부 연결은 지역 주택 시장에 메가톤급 호재로 인식됐다. 2018년 12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GTX-C는 1호선 덕정역~수원역을 잇는 노선으로 이르면 2027년쯤 개통할 전망이다. 이 노선이 뚫리면 의정부역에서 서울 청량리역까지 10분 내로 도착하고, 삼성역까지도 16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땅집고] GTX-C 예상 노선도. /조선DB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지난 1년간 GTX-C 노선을 기대하고 서울 등지에서 이사 온 30~40대 수요자가 의정부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GTX 역이 들어서는 곳은 의정부역(의정부동)이다. 하지만 인근에 아파트가 거의 없어 주로 한 정거장 떨어진 회룡역(호원·장암동) 인근 아파트에 관심이 높다. 회룡역 일대 아파트는 최근 1년새 20~30% 정도 가격이 올랐다. ‘신일유토빌’ 건너편 우성3차 아파트 84㎡는 지난 1월 2억8000만원(4층)에 팔렸는데, 지난 9월에는 4억원에 거래했다.

■ “서울에 전세 사느니…의정부에 집 산다”

올 들어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에 따른 이른바 ‘풍선효과’ 탓도 크다. 서울 노원·도봉구에서 대출을 끼고 집을 샀던 수요자들이 집을 팔아 빚을 갚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정부로 오거나, 서울 전셋집을 빼고 일부 대출을 보태 의정부에 내집을 마련하는 것.

실제로 노원구 아파트 전세금은 5억~6억원을 넘는 곳이 태반이다.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일대 건영3차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6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는데 현재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이 주택형 전세를 8억8000만원에 내놓고 있다. 노원구 하계동 청구3차 아파트 84㎡는 지난 달 전세금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회룡역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 비중이 더 높았다”면서 “올 들어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맞벌이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땅집고] 의정부 일대 주요 아파트. /전현희 기자


기존 아파트값뿐만 아니라 분양권도 강세다. 지난해 8월 의정부 중앙2구역에서 분양한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앤위브캐슬 분양권 84㎡는 올 8월 7억192만원에 거래됐다. 1년 새 분양가(4억7600만원)보다 2억2592만원 뛰었다. 이달 말 분양을 앞두고 있는 의정부동 중앙3구역 ‘의정부역 푸르지오 더 센트럴’에도 관심이 뜨겁다. 이달현 통일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아직 분양가가 책정되지 않았지만 조합원 분양 물량을 찾는 문의가 하루에도 서너통씩은 온다”고 했다.

[땅집고] 의정부 중앙2·3구역을 재개발해 짓고 있는 아파트 공사 현장. /전현희 기자


■ 집값 더 오를까?…주변 공급 많고 GTX 영향 제한적

전문가들은 의정부시 집값이 더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가격이 계속 오르려면 서울 주택 수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GTX 가 개통해도 의정부에서 서울 접근성이 좋은 단지는 장암동과 호원동 등 일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의정부 경전철이 다니는 탑석역도 7호선 연장선이 개통해도 강남역까지 1시간 이상 걸린다. 1호선 가능역은 회룡역처럼 의정부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졌지만, 의정부역까지만 다니는 전철이 많아 교통이 상대적으로 불편하다. 여전히 개발 가능 부지가 많지 않고 주거지역이 넓게 형성되지 않은 것도 단점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남양주 별내나 하남은 서울 업무지구로 가는 교통이 편리해 대기수요가 있는 곳이지만 의정부는 외부로부터 주택 수요 유입이 제한적”이라며 “양주 덕정·덕계지구나 의정부 민락지구 등 앞으로 인근 지역에 신규 공급이 늘어날 예정이어서 의정부 시내에서는 GTX 노선 주변이 아니면 가격이 더 오르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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