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집주인 A씨. 최근 전세 세입자 때문에 ‘속 터지는’ 경험을 했다. 아파트를 팔려고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놨는데, 세입자가 집을 보러 오는 매수희망자들에게 ‘집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서다.
최근 A씨 사례처럼 집을 보여주지 않는 세입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집주인이 수두룩하다. 집주인이 새 전월세 세입자나 매수인을 찾으려는데 기존 세입자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방문 약속 시간을 정했는데도 갑자기 연락두절되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따르면 집을 보여주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세입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주인은 답답한 마음에 “내 집인데 보지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열쇠업체를 불러 강제로 문을 따고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불만을 터뜨린다. 그런데 부동산 전문변호사들은 아무리 집주인이라도 세입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강제로 주택에 진입할 경우 형법 제 319조에 따라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법상 임대차계약을 맺은 이상 해당 주택의 실질적인 주거인은 세입자여서, 집주인이 세입자의 주거의 평온·안전을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거침입죄가 인정되면 5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3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승주 부동산전문변호사는 “만약 세입자가 열쇠나 전자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주면서 방을 구경시켜주는 것을 허락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사전 동의 없이 방문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미리 허락을 구했더라도, 구체적인 방문 시간대 등 세입자가 허락하는 범위를 지키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형사 고소 여지가 있다”고 했다.
만약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거나, 임대차기간이 끝났는데도 퇴거하지 않아 집주인이 해당 주택에 들어간다면 어떨까. 언뜻 세입자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주거침입죄 적용이 가능하다. 현행 법은 세입자가 완전히 퇴거하기 전까지는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는 것. 2015년 서울중앙지법은 세입자가 밀린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락 없이 집에 들어가 전기를 끊고 출입문 잠금장치를 없앤 집주인에게 주거침입죄 등을 적용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집을 보여주지 않겠다면서 금전적 대가까지 요구하는 세입자 행동에 대해 집주인은 법적으로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민사상 ‘부당이득죄’를 물을 수 있지만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이 변호사는 “부당이득죄가 성립하려면 집주인이 입은 손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 같은 매도자 우위나 전세대란 상황에서 집주인 손해를 밝히기가 어렵다”며 “세입자의 버티기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실제 판결이 어떻게 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