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세 없으니 사자'…서울 중저가·경기도 고가 아파트값 폭주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0.11.03 17:07 수정 2020.11.03 17:51

[땅집고]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외곽 지역인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저가 아파트와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도 주요 지역의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땅집고] 서울 노원구 아파트 일대. /조선DB


3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1분위(하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4억5638만원으로 조사 이후 처음 4억5000만원을 넘겼다.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3개월 전(4억2312만원)과 비교하면 7.9% 상승했다. 같은 기간 5분위(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18억4605만원에서 19억2028만원으로 3개월 사이 4.0% 상승했다. 저가 아파트 상승 속도가 2배 가량 빨랐던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4.2로, 2017년 5월(4.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을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이다. 통상 5분위 배율이 낮아지는 것은 주거 양극화가 완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최근 5분위 배율이 내려간 것은 저가 아파트값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고가와 가격 차이를 좁힌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82만원으로, 3개월 사이 6.6%(73만원) 상승했다.

구별로 보면 3개월 동안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은 도봉구(11.0%)로, 평균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어 노원구(10.3%)가 10% 넘게, 강북구(9.6%)와 중랑구(9.4%)가 9% 넘게 올랐고, 성북구(8.2%), 은평구(8.6%), 구로구(8.1%)도 8% 이상 상승해 다른 구에 비해 아파트값 상승 폭이 컸다.

이들 지역에서 소형 면적인 전용 59㎡ 아파트를 살 때 필요한 금액은 중랑구가 4억3975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도봉구 4억3450만원, 강북구 4억5418만원, 은평구 4억6276만원 등의 순이었다. 구로구(5억472만원)와 노원구(5억863만원), 성북구(5억5425만원)는 5억∼5억5000만원은 있어야 했다. 석 달 전 서울의 아파트 3분위 평균 전셋값이 4억3841만원인 것을 생각하면, 3분위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가족이 내 집 마련을 위해 5분위 아파트를 사들이려 해도 벅찬 상황이다.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 현상이 두드러지고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전세 수요를 대체할 만한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값도 크게 뛴 것이다.

저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는 최근 1년간 두드러졌다. 지난달 서울의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2년 전(3억4540만원)과 비교하면 32.1%(1억1098만원) 올랐고, 1년 전(3억5926만원)보다는 27.0%(9712만원) 상승했다. 최근 1년간 상승분(27.0%)이 그 전 1년간 상승분(5.1%)의 5.3배에 달한다.

1분위 아파트값은 국민은행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2억2000만∼2억5000만원 사이에 머무르다가 2015년 12월 2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이후 2년 만인 2017년 12월 3억원, 여기서 1년 뒤인 2018년 12월 3억5000만원을 각각 돌파하며 가격 상승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다가 올해 6월 처음 4억원을 넘겼고 이후 4개월 만인 지난달 4억5000만원 선을 넘겨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전국의 1분위 평균 아파트값(1억1017만원)이 3개월 전보다는 0.5%, 1년 전보다는 1.0% 상승하는 데 그치고, 2년 전에 비해서는 오히려 4.4%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서울의 저가 아파트값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로 이동하기 편리한 경기도 아파트값도 올랐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 경기도는 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최근 3개월 동안 5.6%, 저가 아파트는 0.8%로 고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로 출퇴근과 등하교가 가능한 판교, 분당, 과천 등 인기 지역의 수요 증가로 고가 아파트값이 크게 뛰고, 수요가 덜한 경기도 외곽 지역 집값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격차가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의 5분위(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7월 7억863만원으로 처음 7억원을 넘겼는데 불과 3개월 만에 7억4845만원으로 4000만원 가깝게 올랐다. 5분위 아파트값은 1년 전보다는 27.5%, 2년 전보다는 28.0% 오른 것으로 나타나 최근 1년 동안 가격 상승이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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