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문화거리 초입에 있는 수제맥주집 ‘칼리가리브루잉탭룸’ 건물 2~3층에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임대문의’. 세계음식문화거리 근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A씨는 “이태원에 지난 3~4개월 사이 공실로 변해버린 점포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상가 공실(空室)이 크게 늘고 임대료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용산 이태원 상권의 경우 소규모 상가 3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돼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이 평균 12.4%, 소규모가 6.5%로 전 분기 대비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 증가했다.
감정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하락과 폐업 증가로 상가 공실률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이 330㎡를 초과하는 중대형 상가의 경우 경북(18.6%), 세종(18.2%), 충북(17.6%) 등의 공실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고, 제주(6.7%), 서울(8.5%), 경기(9.0%) 등은 낮았다.
서울의 경우 강남대로(16.4%), 화곡(12.9%) 등의 상권에서 학원, 여행사 등의 공실이 늘어나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8.5%를 나타냈다.
대구는 동성로 중심(16.2%) 및 동성로 외곽(17.7%) 상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영향으로 16.2%의 공실률을 보였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전북(11.7%), 세종(10.3%), 경남(8.2%) 등이 전국 평균(6.5%)보다 높고 제주(1.7), 경기(4.2%), 부산(5.3%) 등은 평균보다 낮았다.
서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5.7%로 조사된 가운데 이태원(30.3%)과 명동(28.5%) 등은 상가 3곳 중 1곳 꼴로 폐업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원은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 타격이 큰 상권에서 폐업이 증가하며 공실률이 치솟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남은 양산(22.2%), 진주중앙시장(17.1%) 등 상권에서 원도심 공동화 영향과 신규 택지지구로 상권이 분산되면서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8.2%를 기록했다./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