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약 7개월이 흐른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기 침체 여파로 전국 내로라하는 상권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거리뷰를 활용해 살펴본 서울시내 주요 상권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코로나 이후 서울 상권] ③ 공실, 또 공실...벼랑 끝에 몰린 이대 상권
[땅집고]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정문에서 바로 보이는 검은 색 외관의 건물 2층은 비어 있었다. 과거 사진과 현재 사진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네이버 지도뷰 기능을 활용해 2년 전 사진을 찾아보면, 이 건물 2층에는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화장품을 쓸어 담아 가는 것으로 유명했던 ‘아리따움’ 매장이 성업 중이었다.
이 건물 2층은 지난해 세계과자 할인점으로 바뀌어 잠깐 영업을 하다가 현재는 다시 비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A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대 상권은 화장품 로드샵 앞에서 중국어로 된 안내 음성으로 시끄러웠는데 지금 그런 가게들이 거의 공실”이라고 했다.
한때 ‘패션의 메카’라 불렸던 이화여대 앞 상권은 지난 몇 년 새 급감한 중국 관광객이 올해 코로나 사태로 완전히 끊기면서 타격을 입었다. 땅집고는 네이버 지도에서 제공하는 ‘거리뷰’ 서비스를 통해 이대역 상권 길거리의 모습을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했다.
■ 메인 거리 공실 2년 새 5곳→ 28곳
이대역 3번 출구에서 이화여대 정문을 지나 신촌 기차역까지 ‘ㄴ’자 형태의 도로가 이대 앞의 메인 상권이다. 2년 전인 2019년 5월 네이버 거리뷰에서는 이 거리에 공실이 5군데밖에 없었다. 지난 5월에는 공실이 총 11개로 늘었다. 10월 현재 이곳에 있는 건물 중 28곳이 비어 있거나 임대 간판이 걸려 있었다.
거리뷰에는 중국인 손님이 주 고객층이었던 ‘스킨푸드’, ‘토니모리’, ‘홀리카홀리카’, ‘에뛰드하우스’ 등 이대 메인 상권에 있던 화장품 매장들이 보인다. 현재는 이런 매장들 80% 이상이 사라졌다. 중국인 관광객 외에 주로 인근 학생들이 찾던 액세서리 샵 4곳, 렌즈 매장도 공실이 됐다.
■ 쇠락 길 걷던 이대상권, 중국인 관광객마저 사라지며 절체절명의 위기
이대 상권은 코로나 19가 확산하기 전부터 침체를 겪고 있었다. 잡화·의류 등의 주 소비층인 2030세대가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 갔다. 그나마 최근 6~7년 간 중국인들이 관광코스로 찾아오면서 이전의 명맥을 근근이 이어갔다.
올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주 고객층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거리의 주업종인 화장품·옷·잡화점 등의 로드샵은 더 영업이 어려워졌다. 비 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대학생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화장품·의류 가게가 있던 자리는 공실로 바뀌거나 화장품 가게보다 투자 금액이 적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고 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이대 상권은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광역상권’에서 이대역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드나들 만한 업종이 들어서며 ‘동네상권’이 되고 있다”고 했다.
■ 이미 ‘동네상권’으로 변화한 상권 광역상권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이대 상권의 임대료도 하락중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대 상권 대로변에 있는 115.5㎡(35평) 규모는 점포 보증금 3억원에 월 임대료1000만~1200만원이었다. 올해는 보증금이 1억~1억5000만원, 월 임대료 500만~600만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주요 상가 건물 매매 가격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었다. 올해 8월 이대 상권 메인 거리에 있는 대지면적 71㎡ 근린 상가의 경우 78억6280만원(3.3㎡당 1억 999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이대 정문과 좀 더 가까운 대지면적 74㎡ 근린상가가 67억7000만원(3.3㎡ 당 9112만원)이었다. 3.3㎡ 당 약 1000만원 올랐다. 대현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과거 명성과 아직 높은 땅값을 생각하면 건물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건물가격을 낮춰 부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회복되더라도 소매 업종 중심의 예전 상권이 회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김영갑 교수는 “동네 상권으로 변화하거나 오피스텔촌 등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상권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며 “임대료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 건물 매매가격도 결국에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