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에서 전세를 사는 A씨는 5년 전만 해도 전세금에 1억6000만원 정도를 보태면 주택을 매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A씨가 올해 10월 기준 전세금을 빼서 주택을 매입하려면 5억1000만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는 올해 10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세보증금과 매매가 차이가 5억1757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1억6207만원이었던 평균 전세보증금과 매매가 간 격차는 계속 벌어져 작년에 4억6932만원이 됐고, 올해에는 5억 이상으로 늘었다. 부동산114는 "2000년 초반 격차가 1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보면 최근 20년 사이에 가격 차이가 5배 가량 커졌다"면서 "현재 서울이 투기과열지구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가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 격차를 보면 서울이 가장 컸으며 세종(2억7002만원), 경기(1억5045만원), 부산(1억2872만원), 제주(1억2168만원), 대전(1억980만원), 대구(1억30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세종시의 경우 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매매가 상승 폭을 나타내며 매매가격-전세금 격차가 과거보다 크게 벌어졌다. 반면 경기, 부산, 제주 등 나머지 지역은 전세보증금 이외에 1억원 가량의 여유자금이 있다면 매매 시장으로 갈아탈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저금리 기조와 집주인들의 자가 거주 비율 상승에 따라 도심의 전세물건이 희소해지면서 전세금이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5억원 수준까지 벌어져 있는 전세보증금과 매매가 간 격차는 점차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부터 격차가 좁혀질수록 매매 시장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동시에 늘어났다"고 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매매 시장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커지면 현재 정체 중인 서울 아파트 매매가를 끌어올릴 여지가 커진다"면서 전세난으로 불릴 수 있는 현재 상황을 조기에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