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매 노하우’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
“요즘 청약 시장의 높은 문턱에 좌절한 실수요자들이 경매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적은 돈으로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시장은 경매밖에 없죠.”
경매는 주택 경기가 불황일 때 주목받는 재테크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요즘은 서울에 신고가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주택 경기가 호황인데도 경매 열기가 뜨겁다. 내로라하는 경매 투자 멘토 중 한 명인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종잣돈으로 내 집 마련을 하거나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피하기 위해 경매 시장에 들어오는 수요자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외환 위기가 찾아온 1998년부터 경매 시장에 몸담은 뒤 20년 넘게 경매 교육과 투자 자문에 잔뼈가 굵었다.
그는 다음 달 24일부터 땅집고와 멀티캠퍼스가 선보이는 온·오프라인 부동산 경매 과정인 ‘슬기로운 부동산 생활-경매편’에 강사로 나서 기초부터 실전 투자까지 경매 노하우를 강의한다. 개강을 앞두고 그를 만나 경매 시장 동향과 투자 전략에 대해 미리 들어봤다.
-요즘 경매 시장 분위기는.
"과거 외환 위기 때보다 경매 물건이 크게 줄었다. 외환 위기 때 연간 50만건이 쏟아졌다면 현재는 연간 17만건 정도다. 이는 저금리 기조 때문인데,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부담이 줄면서 경매 시장에 물량이 준다. 그러나 최근 내 집 마련이 너무 어렵고, 부동산 규제도 심해져 수요자들 사이에 ‘경매는 일반 부동산 시세보다 가격이 낮다’는 장점이 크게 부각됐다.
물건은 줄었는데 참여자는 늘었다. 당연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낙찰가율은 오름세다. 경매 투자 연령층도 대폭 낮아졌다. 20~30대가 많다. 소액 투자자도 늘었다. 예전에는 무리한 빚을 끌어와서 이 물건, 저 물건 다 투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싹 사라졌다. 실수요자 비율이 높다."
-실수요자들에게 경매가 매력적인 이유는.
"새 아파트 청약 당첨이 쉽지 않은 신혼부부나 가점이 낮은 수요자에게 경매 시장은 내 집 마련의 마지막 희망이다. 경매에는 청약 통장도 필요 없고, 가점도 따지지 않는다. 실투자금 5000만원 정도면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매매 시장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 경매에서는 어떤 물건이 한 번 유찰되면 한 달 뒤 종전 가격의 80% 수준에 다시 입찰에 부쳐진다. 즉, 최초 감정 가격 3억원 주택이 경매 시장에서 1회 유찰되면 2억4000만원에 다시 나오는 것이다.
유찰이 거듭돼 낮은 가격에 물건이 나오면 경쟁도 치열해진다. 하지만 웬만해선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 낡은 아파트나 다세대·빌라는 열심히 발품을 팔면 감정가 80% 선에서 낙찰받을 가능성이 높다. 손에 쥔 돈이 2억원 있다면 경매 시장에서 시세 3억원 전후 주택을 살 수 있다."
-경매를 활용하면 주택 시장 규제를 피할 수 있나.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 등 부동산 거래를 하려면 관할 구청에 허가를 받고 2년 실거주 의무도 있다. 경매로 낙찰받으면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다. 그래서 자산가들의 관심이 크다. 실제로 6·17 부동산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낙찰가율이 뛰고 있다. 지난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용산정비창 인근 대지 46㎡ 단독주택이 경매로 나오자, 응찰자 45명이 몰려 감정가(6억688만원) 두 배인 12억1389만원에 낙찰됐다.”
-어떤 물건을 골라야 하나.
“낙찰받고 싶은 물건이 속한 지역에 규모가 작더라도 개발 호재가 있는 경우가 안전하다. 빌라를 산다면 향후 수익형 상가주택 개발이 가능하도록 대지지분 10평 정도 되는 건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아파트는 용적률이 낮아야 추후 재건축에 유리하다. 상가 경매 물건은 겉보기에 관리 상태가 열악해도 낙찰받으면 좋은 물건인 경우가 제법 많다. 공실률이나 유동 인구 동선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무엇보다 입찰 참여 전 반드시 현장에 들러 각종 공부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을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 전략만 잘 짠다면 누구나 경매로 ‘똘똘한 부동산 한 개’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