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세시장 안정"…정부의 이상한 분석, 이유 있었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0.10.27 04:10

[땅집고]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세금은 임대차 3법 시행 전보다 평균 3억원 정도 올랐습니다. 이달 들어서도 앉은 자리에서 수천만원씩 오르고 있는데, 전세금이 안정돼 가고 있다는 감정원 통계는 좀 이상합니다.”(서울 강남구 개포동 A공인중개사 대표)

정부 공인 통계인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전세금 주간(週間) 조사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느끼는 전세금은 매주 치솟고 있다. 하지만, 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변동률은 점차 안정화하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공인중개사 A씨는 “한국감정원 집값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얘기는 많이 나오긴 했지만, 요즘 발표되는 감정원의 전세 통계는 좀 터무니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임대차3법 시행 후 KB·감정원 전세금 그래프 ‘정반대’

[땅집고] KB와 한국감정원의 서울 주간 전세금 변동률. 개정 임대차법 시행 후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기자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지난주 평균 0.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직후인 지난 8월 말부터 주간 변동률이 0.1% 아래로 떨어져 9~10월 6주간 0.09~0.08%를 유지하고 있다. 이 통계를 근거로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임대료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이후 전세 시장이 점차 안정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간 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통계는 전혀 다르다. 9월 들어 주간 전세금 변동률이 0.42~0.5%로 점차 높아졌고, 10월 1·2주에 들어서도 0.44%, 0.4% 각각 급등했다. KB 기준으로 주간 변동률이 0.5%까지 높아진 것은 전세난이 극심했던 2011년 9월(최고 0.64%) 이후 9년여 만이다. 이 통계를 보면, 현재 임대차 시장은 전세 대란 수준이다.

통상 KB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 모두 신규 전세 계약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다. 기존 계약자는 5% 이내 상승률을 적용받아 신규 계약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계약하지만, 이는 두 기관 통계에서 모두 빠진다. 그럼에도 두 가지 통계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정부 공식 통계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보니 주택시장에선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한 정부가 통계를 조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 감정원 ‘조사원 판단’으로 조사…입맛대로 통계?

[땅집고] 한국감정원과 KB의 주택 가격 조사 방식.


왜 이런 차이가 날까?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주택 가격 조사는 표본 수와 조사 방식 등이 약간씩 다르다. 감정원은 실거래가와 거래사례를 기반으로 감정원 직원이 조사한다. KB의 방식은 협력 공인중개사가 직접 입력한다. 경험적으로 KB의 조사가 시세 변화를 더 빠르게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땅집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 아파트. /조선DB


전문가들은 최근 유독 두 기관의 전세금 통계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 우선 전세 시장의 거래가 급감한 영향도 크다고 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시행 이후 전세 시장 매물이 급감했다. 실거래가 파악이 어려운 단지에서는 조사원의 판단이 더 개입할 수밖에 없고, 급격히 오른 실거래 사례를 ‘이상 거래’로 봐서 시세에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감정원 통계에서 ‘사람’의 인위적인 선택이 개입되다 보니 정부의 실정이 부각되는 통계를 작성할 때 엉뚱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매매가격 통계를 발표할 때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통계만 발표했던 전력도 있어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현재 같이 전세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감정원이 시장과 동떨어진 안정적인 상승률을 발표하면 정부가 입맛대로 맞춤 통계를 만드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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