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개월 새 4억' 기막히게 뛰는 전셋값…이젠 지방도 난리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0.10.25 14:26 수정 2020.10.25 21:29

[땅집고]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 힐스테이트’ 아파트. 총 3658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데도 25일 현재 전세 매물은 10여개 밖에 되지 않는다. 전용 84㎡ 아파트는 10억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있다. 3.3㎡(1평)당 3000만원이 넘는다.

[땅집고]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전세 호가와 이전 실거래가 추이./네이버 부동산


이 주택형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전인 올 7월만 해도 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가능했다. 8월에는 7억원으로 5000만원 오르더니, 최근 매물이 급감하면서 호가가 2억원 더 급등했다. 고덕동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재계약 시점이 된 집들은 모두 2년 더 눌러앉다보니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면서 “전세금이 안 오를래야 안 오를 수가 없다”고 했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석 달이 지나면서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B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전세금 변동률은 전주(0.40%)보다 0.11%포인트 상승한 0.51%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9월12일(0.62%) 이후 9년 만에 최대다.

총 5563가구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에는 현재 전세 매물이 달랑 2건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는 지난 22일 전용 84㎡가 11억원(26층)에 전세 계약한 것이 가장 최근 거래인데, 현재 같은 면적의 호가는 13억원 수준이다.

마포구에서 가구 수가 가장 많은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전체 단지에서 전세 물건은 2개 뿐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 호가는 10억원이다. 같은 면적이 지난달까지 8억5000만∼9억원에 전세로 거래된 뒤 한 달 만에 1억원 넘게 올랐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수도권 전세금 상승률은 지난달 3주 연속 0.16%를 기록하다가 0.15%로 상승 폭을 줄이는가 싶더니 이달 들어 0.14%→0.16%→0.21%로 폭을 키우고 있다.

[땅집고]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들./조선DB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힐스테이트영통 전용 62.8㎡는 이달 21일 보증금 5억7000만원(9층)에 최고가 전세 계약이 이뤄져 직전 최고가인 6월 4억3000만원(13층)보다 1억4000만원이 올랐다. 현재 인터넷 부동산 포털에서 해당 아파트 전세 매물은 확인되지 않는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더샵센텀파크1차 전용 84.63㎡는 지난 13일 보증금 4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써 해당 단지의 역대 최고 전세금을 갱신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 7월에 체결된 전세 계약 6건이 모두 4억원 미만이었지만 8월 4억5000만원까지 오른 뒤 이달 5억원 턱밑까지 올랐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임대주택 공급 등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과거 10년 전세대책을 다 검토해봤다. 단기 대책이 별로 없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도권의 만성적인 공급 부족으로 아직 실물주택이 만들어지기까지 남은 시간이 긴데,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상한제를 통해 임대 시장을 짓누르면서 부작용만 누적되고 있다”며 “공급 부족 문제부터 해결해야 전세난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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