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유명 가수가 도시재생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는 6억원대 공적 기금을 융자 받아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상가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수는 앞서 다른 상가를 사들여 매입하는 방식으로 최근 21억원대 시세 차익을 얻은 바 있다. 정부가 도시재생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는 공적 기금이 부동산 투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수 A씨는 작년 1월 용산구 용산동2가 신흥시장에 있는 2층 상가건물을 7억원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6억1800만원을 융자받았다.
HUG는 정부의 도시재생사업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개인이나 법인이 건물을 건설하거나 매입·리모델링해 상가, 창업 시설, 생활기반시설 등으로 조성하는 경우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A씨는 HUG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1층은 카페 등 상가로 사용하고 2층은 전체를 임대하겠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 계획을 보면 총사업비 8억3800만원 가운데 기금융자로 6억1800만원을 조달하고, 자체 자금으로 2억2000만원을 내겠다고 했다. 사업비는 건물 매입 비용이 7억원(건물 6억3500만원·세금·수수료 등 6500만원), 리모델링 비용이 1억3800만원이다.
HUG는 수요자 중심형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총사업비 50억원 이내에서 70%까지 자금을 연 1.5%의 저리로 지원하는데, A씨는 이 사업에 지원해 혜택을 받았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제3자에게 매각해 매각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스스로 주거를 바꿔 임대와 수익사업을 영위하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직전에도 용산 지역에서 2차례 건물을 매입한 후 4년만에 매각해 21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바 있었다. A씨는 2015년 4월 용산 후암동에 있는 8억원짜리 건물을 매입한 뒤 작년 7월 22억원에 팔아 14억원을 남겼고, 2016년 6월 4억3000만원에 매입한 건물을 올해 8월 11억6000만원에 팔아 7억2200만원의 수익을 냈다.
소 의원은 "올해 HUG의 수요자 중심형 도시재생 지원사업 예산이 1636억원에 이르는데, 정부 사업이 부동산 투기에 활용되지 않도록 국토부와 HUG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울러 소 의원은 "HUG의 수요자 중심형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기금 자금을 지원받은 뒤 대출금을 중간에 상환하고 사업을 철회한 사업자가 현재까지 11명에 달한다"며 "지원 자금을 투기에 악용한 사례가 있는지 전수 조사해 부적절한 경우 환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