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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 아파트도 못 판다…빼도 박도 못하는 홍남기 신세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0.10.15 10:23 수정 2020.10.15 10:59

[땅집고] 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자신이 밀어붙인 주택 임대차 보호법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경기 의왕시 아파트를 매각하기 위해 매수인과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임차인이 전세난 탓에 마음을 바꿔 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임대차법에 따르면 아파트 주인이 바뀌더라도 잔금을 치를 때까지는 세입자가 이전 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새 집주인이 직접 거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땅집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초 본인 소유의 경기 의왕시 내손동 아파트(전용 97.1㎡)를 9억2000만원에 팔았으나, 새 집주인이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잔금 납부와 등기 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1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기존 세입자가 주변에 이사를 계획했지만, 최근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옮겨갈 집을 구하지 못하자 계속 거주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남아있는 전세 기간뿐 아니라 추가로 2년 더 전세 계약을 연장할 수 있어 집주인이 입주할 수 없다.

정부는 6·17 부동산대책에서 의왕을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하면서 의왕시에서 아파트를 매입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에 소재지로 전입하도록 한 바 있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통보하면서 전입이 어려워진 매수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해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2005년부터 가족과 함께 의왕 아파트에 거주하다 2017년 말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분양권을 받았다. 이후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분양권 전매가 제한돼 분양계약을 해지하지 못했다. 홍 부총리는 2018년 12월 부총리 취임 직후 서울 마포에 전셋집을 구했고, 올여름 부동산 시장 급등 상황에서 현 정부가 공직자들에게 다주택 상황을 해소하라는 지침을 내리자 원래 거주하던 의왕 집을 매각했다.

홍 부총리는 바뀐 임대차보호법의 유탄을 이미 한 번 맞은 상태다.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업무를 보는 홍 부총리는 현재 마포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전세 계약이 끝나는 내년 1월부터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통보해오면서 이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집주인은 예외적으로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

이 같은 개인사정에도 불구하고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 전세를 구하는 분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전세금 상승요인에 대해 관계부처 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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