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나 몰래 개를 키웠네요?" 집주인 속였다간 쫓겨날 수도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0.10.14 04:21
[땅집고] 애완견을 집주인 사전 동의없이 키웠다간 자칫 계약갱신 청구를 거절당할 수도 있다. /픽사베이


애완견을 키우는 직장인 A씨. 지난 7월 오피스텔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집주인에게 동물을 키운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집주인은 계약 당시 반려동물을 키우면 안된다고 말하거나, 계약서에 특약 사항으로 넣지도 않았다. 이사한 후 A씨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집주인은 최근 A씨에게 계약 파기와 함께 즉시 퇴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땅집고] 임대차계약서에 반려동물 관련 특약사항이 있느냐가 향후 분쟁 해소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경우 지금까지는 집주인보다 A씨가 유리한 편이었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특약을 걸지 않았다면 계약을 파기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인환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는 “판례를 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행위는 사회통념상 임대차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사유에 속하지 않는다”며 “만약 집주인이 특약을 걸지 않았다면 A씨를 일방적으로 내보낼 경우 부동산 중개수수료나 이사비 등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 A씨가 반려동물을 몰래 키우면서 오피스텔 도배나 장판을 망가뜨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 변호사는 “집주인이 특약을 통해 구체적인 보상 방법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이를 제대로 보상받을 방법을 찾기 힘들다”고 했다.

■ 반려견 몰래 기르면 쫓겨날수도

그러나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난 8월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해 세입자가 주의해야 할 조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애완견을 몰래 키울 경우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처럼 집주인 몰래 반려견을 키우다가 집이 파손되면 계약갱신을 거절당하고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은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6조의3 제1항 5호에는 ‘임차인이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9호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이 근거 조항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땅집고]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계약갱신 거절 예외조항.


보통 반려동물을 키우면 집 문짝이나 바닥이 훼손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 경우 집주인이 앞서 언급한 임대차보호법의 2개 조항을 근거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하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계약갱신 거절 사유를 확대 해석하면 애완견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소음이나 악취 등을 이유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임대차 3법의 일부 조항이 집주인의 괴롭힘(Landlord Harassment) 수단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계약갱신 거절을 무기로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청소비나 수리비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임대차보호법이 시행 초기여서 반려동물 분쟁 관련 판례는 없지만 앞으로 반려동물을 키울 세입자라면 반드시 집주인에게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hm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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