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식당 하나 창업하려면 시설 투자비만 수억 원이 필요하죠. 그런 부담을 모두 없애고 6개월간 오로지 장사에만 전념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올 들어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가 음식점이다. 폐업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창업을 꿈꾸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전국 유명 노포(老鋪)를 유치해 점주에게 점포당 2억~3억원대 초기 창업비를 전액 지원하고 총괄 셰프를 파견, 각종 레시피 개발과 운영 관리까지 도와주는 ‘착한 상가 프로젝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월드타워9차’ 빌딩 1층에 추진 중인 셀렉트 다이닝 매장 ‘데인티 앨리’(Dainty Alley)가 주인공이다. 다음 달 초 문을 여는 이 매장에는 30년 넘게 대를 이어오며 운영해 온 유명 노포들이 대거 입점한다. 북한산 입구 두부 맛집 ‘만석장’과 서울 목동의 우동 맛집 ‘히노야마’ 등이다. 파주에서 노포로 구성한 셀렉트 다이닝 매장은 처음이다.
■ 검증된 노포로만 구성한 첫 매장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봉현 디앤티홀딩스 대표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노포를 직접 운영할 기회는 흔치 않다”며 “더구나 6개월간 초기 투자비 없이 점포를 운영해볼 수 있어 예비 창업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데인티 앨리는 주변에 아파트 10만여 가구가 입주한 운정신도시 중심 상권이고 경의중앙선 운정역도 가깝다. 인기가 검증된 노포가 들어오면 지역의 중심 식당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데인티 앨리에 입점할 식당은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백년의 가게’에 선정된 ‘만석장’을 비롯해 히노야마, 연희단팥죽, 발재반점, 덕자네방앗간, 신촌영양센터, 파주단골집, 비밀시그니처, CAFÉ THIN(카페 씬)등 9곳이다.
만석장은 3대째 내려오는 65년 전통의 두부 요리 전문점이다. 파주단골집은 45년, 히노야마는 25년 동안 줄곧 인기를 유지해왔다. 이런 노포는 프랜차이즈 식당과 달리 자영업자들이 원한다고 해서 해당 식당 이름을 달고 점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 대표는 “실력과 열정을 갖춘 분들에게 점포를 맡겨 브랜드의 명성과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장인들을 설득해 어렵게 허락받았다”고 했다.
■ 초기 투자비 20억원 파격 지원
각종 혜택이 큰 만큼 노포를 운영할 점주는 심사를 통해 선발할 예정이다. 점주 신청자 대상으로 1차 면접, 최소 3주간 현장 실습, 2차 심사까지 거쳐야 한다. 현재 식당을 운영 중인 장인들이 직접 도제식으로 교육한다. 노포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관리를 받겠다는 서약도 해야 한다.
선발된 점주는 초기 투자 비용 부담 없이 6개월간 시험 운영할 기회를 얻게 된다. 총 20억원에 달하는 점포 인테리어·주방 시설 등 투자비를 시행사(에이치디벨럽)와 디앤티홀딩스가 전액 지원한다. 보증금과 임차료만으로 6개월간 추가 비용 없이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것.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점포 한 곳당 최대 3억~4억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비는 회수할 방법이 없어 예비 식당 창업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가 된다”며 “6개월간 초기 투자비 없이 노포 운영 기회를 얻는 셈”이라고 했다. 이 기간이 지난 후 계속 운영하기를 원하면 별도 재계약 후 인테리어·시설 투자비를 지급하면 된다. 원하지 않으면 재계약하지 않고 임대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셀렉트 다이닝이 성공하려면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디앤티홀딩스는 17년 전부터 ‘마루샤브’ ‘드마루’ 등 외식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살려 입점 후 사업 운영을 적극 지원해준다. 총괄 셰프와 수퍼바이저를 파견해 메뉴·레시피 개발, 식자재 관리·마케팅 등을 모두 무상 지원한다.
이 대표는 “매장 운영 자금이 필요하면 예비 점주에게 우리은행과 상담해 창업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노포 매장을 운영해 자영업자도 살고, 지역 상권도 살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02) 724-6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