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약 7개월이 흐른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기 침체 여파로 전국 내로라하는 상권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거리뷰를 활용해 살펴본 서울시내 주요 상권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코로나 이후 서울 상권] ② “이태원을 기억해 주세요”…10곳 중 1곳 텅 빈 점포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문화거리 초입에 있는 수제맥주집 ‘칼리가리브루잉탭룸’ 건물 2~3층에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임대문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루프탑 펍으로 유명해 건물을 통으로 임차해 쓸 만큼 장사가 잘됐던 곳이다. 네이버 거리뷰로 보면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임대 현수막이 없었다. 세계음식문화거리 근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A씨는 “이태원에 지난 3~4개월 사이 공실로 변해버린 점포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상권은 경기 침체와 주한미군 부대 이전에 코로나 19 사태까지 이른바 ‘3중고’를 겪고 있다. 이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주변 보광로 주변을 돌아본 결과, ‘임대 문의’ 같은 현수막이 붙은 빈 가게가 눈으로 확인된 것만 12곳에 달했다. 땅집고는 네이버 지도에서 제공하는 ‘거리뷰’ 서비스를 통해 이태원 길거리의 모습을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했다. 서울 도심 중심 상권의 경우 수시로 거리를 촬영해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3~4개월 전 모습과 현재 모습도 비교해 볼 수 있다.
■홍석천 가게마저 문닫아…공실률 15%로 급증
현재 비어 있는 상가들을 2년 전 네이버 거리뷰에 나타난 모습과 비교해봤다.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서쪽으로 약 200m 떨어진 보광로 잡화거리의 3층짜리 상가는 2018년 4월까지 거리뷰로 보면 1층 한 점포에만 임대간판이 붙어있었다. 현재는 1층 상가 2곳을 제외하고 3층까지 모두 공실이다.
이태원역 1번출구 앞 옷가게 ‘퍼스트 애비뉴’ 옆 상가 1층에 있던 15평 규모 잡화점(Ginko&Angel)도 2년 전 거리뷰와 달리 문이 닫혀있다. 2년 전 거리에는 낮에도 가게 앞을 지나는 젊은이가 눈에 띈다. 지금은 오가는 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 유동인구 줄며 잡화·클럽 줄줄이 폐업
코로나19 사태 이후 젊은층 유동인구가 크게 줄면서 주로 보세 잡화점과 음식문화거리의 클럽, 주점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태원역 앞 해밀턴호텔 뒷골목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예쁘고 독특한 카페와 루프탑 술집, 클럽 등으로 젊은이들이 밤낮으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인근의 한 가게 종업원은 “구청에서 클럽은 물론 일반 주점까지 영업을 규제해 낮에는 거의 장사를 하지 않고, 밤에도 일부만 문을 연다”며 “밤에도 대낮처럼 환했는데 요즘은 편의점을 제외하면 야간에 장사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태원에서 9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이태원의 상징으로 통했던 방송인 홍석천씨도 마지막으로 운영하던 ‘마이첼시’ 영업을 지난 8월 말로 종료하고 이태원을 떠났다.
■ 건물 매매가격은 요지부동…코로나 장기화가 관건
이태원 상가의 평균 임대료도 하락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2분기 이태원 상권의 평균 임대료는 3.3㎡(1평)당 18만2160원이다. 작년 2분기(22만2420원)에 비해 4만원(18%)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대로변 주요 상가 임대료나 건물 매매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최근 이태원 보세 잡화거리에 있는 대지면적 167㎡ 근린상가의 경우 3년 전 매매가격(38억5000만원)에 13% 오른 4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보광로 전용 15평짜리 대로변 1층 상가 임대료는 월 1200만원 수준으로 평균 임대료보다 2~3배 비싸다. 1년 전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태원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태원 일대 대형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내리기 보다 렌트프리(공짜월세) 기간을 늘려주는 것을 선호하고, 상가 건물 투자 수요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시세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상가 공실률이 계속 높아지면 매매 시장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사태가 터지기 이전부터 미군이 떠나면서 이태원 상권에 침체가 시작됐기 때문에 과거 전성기 시절로 되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