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공실 천지에 무료 임대 6개월…그런데 수익률 14%?

뉴스 심형석 미국 SWCU 교수
입력 2020.09.28 04:16

[땅집고] 이웃나라 일본의 빌딩 임대수익률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2~3배쯤 높다. 한 건물 당 연 5~6%는 기본이다. 일본은 전세 제도가 없고 건물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다. 수익 대부분은 월세다.

그렇다면 서울 빌딩 수익률은 어떨까. 연 2% 건물조차 찾기 어렵다. 자산가들이 빌딩을 선호하면서 매매가격이 많이 오르다보니 월세 수입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한국의 빌딩 투자 수익률 계산법은 월세 수익 기준이 아니라 자신이 투자한 돈 기준이라는 것. 대부분 대출을 끼고 자기자본 비중을 낮춰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산출된 수익률조차 실제보다 훨씬 더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땅집고] 업무용 빌딩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조선DB


■ 레버리지 수익률의 함정

우리나라의 빌딩 수익률은 대체로 ‘자기자본 수익률’을 의미한다. 이는 대출을 받았음을 가정하고 실제 투자금과 월세 수익을 비교한다는 의미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가 월세 수익보다 훨씬 적고, 매매가격에서 대출금과 보증금, 대출 이자 등을 제외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게 나온다. 예컨대 건물가격이 1억원이지만 대출금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대출이자가 낮을 땐 당연히 실투자금 5000만원으로 계산한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대출을 활용한 투자 수익률 증가 현상을 일명 레버리지(Leverage) 효과라고도 부른다.

[땅집고] 한국과 일본의 빌딩 투자 수익률 비교.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빌딩 수익률을 계산할 때 순수하게 연간 월세 수입을 건물 가격으로 나눈다. 만약 일본의 빌딩 수익률 계산법을 우리나라처럼 바꾸면 어떨까. 일본은 대출 금리가 우리나라의 3분의1수준이다. 일본의 기존 계산법으로 5~6%인 건물의 수익률은 우리나라 방식으로 바꾸면 10%를 훌쩍 넘긴다.

■ 렌트프리 감안한 실제 수익률

우리나라 빌딩 시장에는 높은 공실률로 인한 이른바 ‘렌트프리’ 조건이 많다. 이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소득 수익률은 더 떨어진다. 빌딩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3년 이상 장기계약을 체결하면 6개월 정도 렌트프리 기간을 보장받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연 3% 수익률에 6개월 렌트프리 조건이라면 실질 수익률은 2.5%가 된다.

이렇게 두 나라 빌딩 수익률 계산법이 다른 이유는 투자 환경 차이때문이다. 한국 빌딩 투자자들은 월세로 받는 운영수익보다 건물 가격 상승을 통해 얻는 자본수익에 더 관심이 높다. 즉, 오랜기간 보유하면서 안정적으로 월세수입을 얻기보단 자산가치를 높여 되팔고자 한다. 2020년 2분기 우리나라 소규모 상가 투자 수익률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대략 4.36%다. 소득수익률 3.36%와 자본수익률 1%를 포함한 수익률이다.

[땅집고] 2020년 2분기 상업용 부동산 투자수익률. /한국감정원


■ 빌딩 수익률에 거품 많아

[땅집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건물에 세입자를 구하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조선DB


하지만 아무리 자본수익이 높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빌딩 수익률은 일본과 비교해 과대 포장됐을 확률이 높다. 일본의 대형중개법인 미키상사에 따르면 2020년 6월 말 일본 도쿄도심 5개구 공실률은 1.97%에 그친다. 서울이나 부산과 비교하면 5분의 1에 불과하다. 월세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자기자본수익률이란 꼼수를 쓸 이유가 없다.

[땅집고] 2020년 2분기 한국과 일본 오피스 공실률 비교. /한국감정원, 미키상사


자기자본 수익률은 대출(레버리지)을 고려한 수익률이다. 하지만 대출은 경제 상황 변화로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담보대출비율(LTV)도 그렇고 대출 이자는 더욱 그렇다.

일본의 빌딩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공실이 거의 없고 월세도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높은 공실률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빌딩 시장은 이미 거품이 끼었고, 안정적인 운영수익을 얻을 수 있는 빌딩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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