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여행 전문 유튜버 ‘곽튜브(본명 곽준빈·28세)’.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살던 섬마을인 전남 완도군 보길도를 방문했다. 곽씨 부모로부터 “할아버지가 살던 주택은 비어있다”는 말을 듣고, 여행하는 동안 이 집에 텐트를 치고 묵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폐가로 버려져 있을 줄 알았던 할아버지 댁에 한 조선족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에서 취업 비자를 받고 보길도에 내려와 일하고 있다. 이 집에 산 지는 1년 정도 됐다”며 “지인을 통해 곽튜브의 큰아버지에게 허락받아 살고 있다”고 했다. 임대차계약서를 쓰지는 않아서 월세는 내지 않고 전기·가스요금만 납부하고 있다는 것. 곽튜브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 당황했지만, 폐가로 놔두기보다 주택 관리하기에는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곽튜브 사례처럼 시골에 사는 노부모가 도시에 사는 자녀에게 시골집을 상속했을 때, 자녀들이 실거주하지 않고 빈집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주택이 오지에 있다면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 폐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버려둔 빈집에 제 3자가 허락없이 들어와 장기간 살 경우, 이들이 ‘점유취득시효’를 근거로 주택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점유취득시효란 부동산에 관해 일정한 사실상태(점유)를 지속할 경우 이를 존중해 소유권 등 권리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민법 245조 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한다’라고 규정한다. 즉 남의 땅이나 주택이라도 20년 동안 본인 소유의 부동산처럼 점유·사용해왔다면 점유취득시효 규정에 따라 등기하고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 점유자는 전입신고 내역 및 관리비 납부 내역, 인근 주민들의 확인서 등을 통해 부동산 점유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 3자가 20년 동안 점유를 마친 뒤 소유자에게 부동산을 양도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해도, 소유권을 넘겨받을 확률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고 말한다. 법적으로 점유취득시효가 성립하는 전제조건은 점유자가 ‘악의’가 아닌 ‘선의’, 즉 해당 주택이 애초에 타인 소유 주택이라는 사실을 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승주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점유취득시효를 들면서 소송할 때 20년 동안 거주 사실을 법적으로 입증하려면 전입신고 내역이 필수”라면서 “전입신고하면서 해당 주택이 타인 소유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법원이 악의적인 점유라고 판단해 패소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어떤 상황에서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될까. 만약 점유자가 20년 동안 거주 후 소유권을 넘겨달라는 소송을 걸었는데도,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는 등 소송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점유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보유하고 있던 빈집에 누군가 무단으로 살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경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임대차계약서 작성은 필수다. 만약 월세를 받지 않아도 된다면 무상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이승주 변호사는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점유자에게 소유주와 임차인 관계를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점유취득시효의 기본 요건인 ‘선의 점유’를 깨트리는 행위”라며 “이 때 단돈 만원이라도 월세를 받으면 더 좋다”고 했다. 만약 점유자가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거부하면 명도소송과 함께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주변 주택 시세를 참고해 월세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곽튜브 사례에선 주택 점유자인 조선족 부부가 남의 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입주했기 때문에 추후 점유취득시효 분쟁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곽튜브는 최근 “보길도 방문 이후 큰아버지가 조선족 부부와 계약서를 작성해 월세를 받기로 했고, 이들이 세금도 내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