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년 새 4억 뛰고 웃돈 1억 붙고…천안 이유 있는 집값 폭등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0.09.22 04:01
[땅집고]천안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불당신도시 '불당지웰시티' 아파트. / 김리영 기자


[땅집고] 이달 9일 오후 충남 천안시 불당동. 고속철도(KTX) 천안아산역을 빠져 나와 북쪽으로 5분쯤 걸어가자,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으로 30층 높이 아파트 단지들이 잇따라 나타났다. 이곳은 불당신도시로 아파트 1만2598가구가 들어서 있다. 이연희 지웰시티탑부동산 대표는 “불당동은 천안을 대표하는 주거 지역이면서 집값도 가장 비싸 ‘천안의 강남’이라고 불린다”며 “올 2월 아파트 입주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고 했다.

불당동 최고가 아파트인 ‘불당 지웰 더샵’ 112㎡(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8월 말 12억9500만원(7층)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8억원 중반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4억원 이상 올랐다. 이 아파트 건너편 ‘천안 불당린스트라우스 2단지’ 122㎡도 지난 7월 10억4000만원에 팔려 1년 전보다 약 3억원 상승했다.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자 외부에서 투기세력이 몰려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수도권에 정부 규제가 집중된 사이 충남 천안시 아파트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천안서북구는 6·17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지난달까지 집값이 3.12% 뛰었다. 이전까지 비슷한 상승률을 보이던 평택(1.87%)과 청주(1.1%)가 규제지역으로 묶인 뒤 상승 폭이 꺾인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불당동 신축 단지가 집값을 이끌고 있다.

[땅집고] 불당신도시 맞은편에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 김리영 기자


■ 청약경쟁률 100대1은 기본…계약 직후 웃돈 1억 붙어

지난 1년 간 천안과 아산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청약경쟁률이 최고 100대1을 넘었다. 삼성이 아산 탕정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소식이 발표된 지난 10월 이후 아산신도시에서 분양하는 ‘탕정지구 지웰시티 푸르지오2차’ 견본주택에는 방문객 2만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88.59대 1로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했다. 지난 8월에 천안서북구 성성동에 분양한 ‘천안 푸르지오 레이크사이드’는 평균 경쟁률이 145.94대 1을 기록해 역대 천안시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땅집고] 지난해 10월 ‘탕정지구 지웰시티 푸르지오2차’ 견본주택에 몰린 인파. / 신영건설


천안시는 비 규제지역으로 아파트를 사고 파는데 큰 제약이 없다. 전매제한 6개월이 있는 수도권 비 규제지역과 달리 계약만 하면 곧바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천안 푸르지오 레이크사이드’ 역시 계약 직후인 지난 8월 말부터 되팔 수 있었다. 84㎡ 분양권은 이달 4일 5억6900만원(29층)에 실거래돼 분양가(약 4억3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정도 올랐다.

■ 새 아파트 위주로 집값 고공행진


[땅집고]천안시와 아산시 일대 산업단지, 신도시, 교통망 현황. /김리영 기자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지난 10년 간 일자리와 인구가 몰려들었지만 새 아파트가 부족한 것이 천안 집값이 오른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지난 10년새 천안시에는 사업체만 1만개 이상 늘었다.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현재 5만여개 사업장이 있다. 천안시 인구는 2019년 기준 65만2000명으로 2010년 대비 9만4000명 증가했다. 비 수도권에서 청주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인구 증가다.

[땅집고] 천안시 인구, 근로자, 사업체 수. /천안시


여기에 작년 10월 삼성이 천안 옆 아산 탕정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에 1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주택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인구 증가에 비해 주택 공급 속도가 더디다는 것. 2018년 기준 천안시 주택보급률은 102%로 전국 평균(104%)보다 낮다. 새 아파트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천안시는 지난 10년간 7만 가구가 증가해 28만가구에 이른다. 같은 기간 신축 아파트는 천안 불당지구와 성성지구, 천안·천안아산역 주변을 모두 합쳐도 2만여 가구에 그친다. 가구 수는 1년에 7000~1만명 꼴로 늘었지만 새 아파트는 2000가구 정도만 공급된 셈이다.

천안 성성동의 변남옥 골든부동산 대표는 “천안이나 아산, 평택 등지로 출퇴근하는 천안 시민들이 많다”면서 “이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 새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최근 천안 집값 상승은 외지인보다 천안 거주 수요자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천안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총 1만876건. 이 중 천안 주민 거래 비중이 46%(5031건)로 가장 높다. 충남 전역으로 봤을 때 거래 비중은 63%(6939건)에 달한다. 나머지36%(3937건)가 외지인 거래다. 작년에도 거래 비중은 비슷했다. 천안·충남권이 65%, 외지인은 34%였다.

■ 몇몇 새 아파트만 반짝 올라

전문가들은 최근 천안 집값이 급속도로 상승했지만 일부 단지에 국한된 것이어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실제 불당동 일대를 제외하면 신축 단지여도 아파트 가격이 낮다. 천안동남구 봉명동에 지난 7월 입주한 ‘e편한세상 봉명 아너리움’ 59㎡는 올 초까지 전체 거래 중 30%는 분양가(2억4000만원)을 밑돌았다. 79㎡도 분양가 수준인 2억8000만원(8월, 9층)에 거래됐다. 서북구에 비해 교통 여건이 떨어지는 동남구는 올해 아파트 최고 실거래가가 5억원대에 그쳐 12억원대인 불당동의 절반 수준이다.

[땅집고]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옆에 들어선 '천안시티자이' 아파트. /김리영 기자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천안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에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내지인들의 갈아타기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있다”며 “현재 천안은 입지가 우수한 몇몇 새 아파트 가격만 반짝 오른 것일 뿐 전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입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천안=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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