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8·4 공급대책’ 발표 이후 한 달 만에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는 4억원,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는 3억원이 각각 떨어졌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통계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아파트 모두 7월 최고가와 8월 최저가 거래 사례를 비교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값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무리한 근거를 들이댔다는 지적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8·4 대책 이후 1개월이 지난 현재,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서울은 2주 연속 0.01%, 강남4구는 4주 연속 오름세가 멈췄다는 것이다. 또 여러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를 비롯해 아파트 4개 단지의 실거래 사례를 거론했다.
홍 부총리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 7월 초 25층이 28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8월 중순엔 2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고 했다. 또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3단지 59㎡는 지난 7월 초 14억원에서 8월 중순 11억원에 매매됐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들의 실거래 내역 확인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반포자이는 지난 7월에 총 7건 거래됐다. 최고가는 28억 5000만원이었고, 최저가는 26억4000만원이었다. 8월에는 두 건이 실거래됐는데 최고가 28억원, 최저가 24억4000만원이었다. 홍 부총리는 7월 최고가와 8월 최저가를 비교해 집값이 4억1000만원 하락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나머지 3개 단지도 마찬가지였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3단지’ 59㎡는 지난 7월 최고 14억원, 최저 13억6200만원에 거래됐다. 8월에는 최고 14억원, 최저 11억원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 역시 7월 최고가와 8월 최저가 사례를 비교한 것이다. 이 아파트는 8월 6일 11억원에 팔린 이후 불과 나흘만에 전달 최고가인 14억원에 매매한 사례도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집값이 떨어졌다고 보기 힘든 셈이다.
심지어 홍 부총리가 가격 하락의 사례로 든 노원구 ‘불암현대’ 아파트는 8월에 역대 최고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7월 4억1500만원(12층)에 거래됐던 59㎡는 8월 4억5000만원(4층)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3단지 114㎡도 8월 역대 최고가인 19억2000만원(15층)에 팔리면서 6월 거래(17억4000만원·11층)보다 1억8000만원 올랐다.
전문가들은 최고가와 최저가 단순 비교는 올바른 집값 측정 방식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통상 집값 변동 폭을 비교할 때는 최고가끼리 비교하거나, 최고가와 평균가를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는 통계 조작에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며 “통계를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잘못된 비교 방식을 근거로 서울 집값이 떨어졌다고 우기는 것은 넌센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