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기 성남분당구 정자동의 ‘분당느티마을 공무원4단지’ 58㎡는 2일 현재 온라인 포털 부동산 사이트에 10억70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9억8000만원 수준이 최고 호가였다. 전세매물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분당 이매동 ‘아름마을 두산’ 84㎡는 현재 호가가 11억8000만원으로 일주일 전 9억6000만원보다 1억원 넘게 상승했다. 정자동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21일부터 허위매물 단속이 시작한 이후로 매물이 약 50% 가량 사라졌고, 가격도 급격히 치솟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허위·과장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지난 달 21일 시행됐다. 2주가 지나면서 허위·중복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개사무소에서 실제 가격보다 낮춰 내놨던 매물도 허위 매물도 사라졌다. 매물 사이트에서 중개사무소에 가격을 낮게 써 놓았던 허위 매물이 사라지자, 집주인들이 내놓았던 매물의 가격을 일제히 올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가격을 낮게 써놓은 허위 매물도 사라지면서 매도 호가가 오른 면도 있지만, 집주인들도 허위 매물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호가를 올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매물 반토막… 집주인 “지금이 집값 올려 팔 기회”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 푸르지오 써밋’은 지난달 20일까지만 해도 매매·전세·월세 매물이 약 350여 건에 달했다. 하지만 2일 현재 온라인 포털에 올라온 전체 매물은 40건으로 일주일 새 매물의 87%가 줄었다. 이 아파트 59㎡의 호가는 최고 23억원에 달해 일주일 전보다 약 3억5000만원 올랐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를 비롯해 강남권 아파트 단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허위매물 단속이 심해지면서 말그대로 집주인들이 부르는 가격이 그대로 호가가 되고 있다”고 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연구원은 “허위 매물이 줄어들면서 진짜 호가가 드러난 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 공급 매물 감소와 함께 집주인 호가가 나타나자 호가가 더 치솟는 듯한 체감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 “집 주인 맘이 바뀌면 허위매물인가?”
중개사들 사이에선 정상적인 매물을 온라인에 올려 놓더라도 자칫 잘못해 실수를 하게 되면 불법행위로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흑석동 정재혜 리버하임의아침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집주인이 여러 중개사무소에 집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한 중개소에서 매매가 성사되고 다른 중개업소에 ‘팔렸다’고 통보를 해 주지 않으면 허위 매물을 올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 주인이 내놓은 가격에 매물을 등록하고 매수자까지 구했는데, 집주인 맘이 바뀌어 안 팔겠다고 해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분당 야탑동의 김학규 정원부동산 대표는 “온라인 부동산 매물 사이트에 중복 매물이 많았던 이유는 공인중개사들이 공동 중개 시스템을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매물을 많이 보유하지 못한 중개사도 중개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새로운 법 시행 이후 온라인 부동산 매물 사이트에서 갑자기 매물이 사라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소 매물 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국공인중개협회 관계자는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서 중개사들이 위축돼 정상 매물도 온라인 상에서 내려버린 경우도 많아 시간이 지나면 매물 수가 다소 늘어 날 것”이라며 “다만 중개사들이 공동중개한 매물의 거래 완료 사실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