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팔린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법인이 급하게 물건을 처분한 경우거나 특수관계인 간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면적 192㎡는 지난달 26일 20억5000만원(14층)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7월 25억4000만원(10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4억9000만원 떨어졌다. 이 단지 안에서 영업하는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같은 평형의 현재 시세가 30억원 선으로 시세보다 10억원 가까이 낮은 가격”이라면서 "특수관계인 간 거래나 법인 간 거래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943㎡는 지난달 18일 24억4000만원(18층)에 매매됐다. 7월에 형성됐던 매매가격보다 2억6000만∼4억1000만원 낮은 것으로, 법인이 급매물로 내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7월 9억원(11층)까지 찍었던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SK뷰' 전용 59.39㎡는 지난달 24일 6억1300만원(6층)에 거래됐다. 이 단지 근처에서 영업하는 중개업소 소장은 "해당 평형은 매물이 없어서 9억5000만원까지 올랐다"며 "특수 관계에 있는 개인 간 거래일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아름마을'(선경) 전용 83.58㎡의 매매가격도 한 달 새 4억원 가까이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7월 17일 12억5000만원(9층)에 팔렸는데, 지난달 19일에는 8억6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분당구 정자동 '분당파크뷰' 전용 162㎡도 7월 14일 22억원(24층)에 팔렸는데 지난달 12일 20억원(27층)으로 한 달 새 2억원 저렴한 값에 팔렸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를 피하려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수관계인끼리 일부러 낮은 가격에 거래한 경우에는 세금을 내야 한다. 신방수 세무사(세무법인 정상)는 "특수관계인끼리 시가의 5% 이상 싸게 거래하면 매도자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시세의 30% 이상 싼 가격에 사면 매수자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