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의 세무톡톡] 故구하라 가족 재산상속 분쟁으로 알아본 상속 순위
유명 가수 겸 배우였던 고(故) 구하라씨가 올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세상을 떠나 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구씨가 남긴 재산을 둘러싸고 가족간 분쟁이 터졌습니다. 20년전 가출했던 구씨의 친모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죠. 그는 “유산 절반을 상속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구씨의 오빠가 말도 안된다며 발끈했습니다.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어머니는 상속 자격이 없다는 건데요. 구씨의 오빠는 “앞으로 자녀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는 사망한 자녀가 남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일명 ‘구하라 법’을 만들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제안은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지난 4월 국회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입법 제안에 10만명이 동의했는데요. 청원은 현행 민법상 상속결격 사유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나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자’를 추가하자는 내용입니다. 또 기존 기여분 제도의 문구를 ‘공동상속인 중 다른 공동상속인에 비해 상당한 기간 동안 동거ㆍ간호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것으로 인정되거나, 다른 공동상속인에 비해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는 자’로 변경해, 상속 요건에 ‘특별한 기여’라는 개념을 넣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합니다.
상속재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상속분이 지정되지 않았다면 법적 공동상속인끼리 협의에 따라 분할하는 ‘법정상속분’과 사망자 유언에 따라 재산을 넘길 수 있는 ‘지정상속분’입니다. 법정상속분의 경우 공동상속인들은 재산 분할 협의에 전원 참가해야 합니다. 지정상속의 경우 유언에 따르긴 해야 하지만 특정인에게 상속 재산이 쏠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배우자·자녀·부모·형제자매 등이 최소한의 상속재산을 받도록 하는 ‘유류분(遺留分) 제도’를 적용합니다. 유류분에 따라 배우자나 자녀라면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부모나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정상속의 경우 민법에 상속 순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1순위는 직계비속, 즉 자녀와 손주입니다. 피상속인이 사망할 때 태아가 있었다면 이 태아도 1순위에 포함합니다. 1순위가 없다면 직계존속인 부모가 2순위가 됩니다. 1·2순위가 없다면 형제자매가 3순위, 4촌 이내의 방계 혈족이 4순위입니다. 사망자의 배우자는 자녀와 같은 1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자녀가 없으면 부모와 같은 순위, 또 자녀와 부모가 없다면 단독상속인으로 정합니다.
구씨의 오빠는 3순위 상속자입니다. 사망한 구씨의 배우자·자녀·부모가 없다면 상속인이 될 수 있는데요. 형제 여러 명이 상속자일 경우 남녀, 기혼·미혼, 배다른 형제 등과 관계 없이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만약 형제가 사망해 조카가 있다면 해당 조카도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계존속인 구씨의 부모는 2순위 상속자입니다. 이 때 부계·모계, 양가·생가를 불문하므로 친생부모와 양부모가 둘 다 있는 경우라면 같은 순위로 상속인이 됩니다. 다만 2008년 1월 1일 이후 친양자 제도가 도입된 이후 생부모와 친족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친양자가 사망했다면 생가의 부모는 친족 관계가 없다고 보고, 상속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구씨 사례처럼 유명인이 사망하면 상속재산과 관련한 친족간 갈등이 유독 심한 편인데, ‘구하라 법’이 제정돼 상속인의 결격사유 여부 등이 추가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