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감정원이 최근 주택 매수자 대상으로 자금 출처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해당 주택 구입 정보를 획득하게 된 경위, 해당 정보를 알려준 지인의 연락처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해 과잉 행정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감정원은 주택 구입 시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 검증 업무를 국토교통부로부터 위임받아 처리하고 있다.
땅집고가 3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감정원은 최근 주택 매수자 A씨에게 “귀하가 관청에 제출한 거래 계약 신고 내용을 검증한 결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우편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내 감정원에 다음 서류를 방문 또는 우편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6·17대책에 따라 이달부터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사면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증명 서류도 내야 한다. 자금 출처에 따라 예금잔액증명서·잔고증명서(출처가 예금인 경우), 주식 거래내역·잔고 증명서(주식·채권 매각대금인 경우), 소득금액 증명원·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현금인 경우) 등 15종에 달한다.
하지만 감정원은 최근 15종 이외의 추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거래 상대방이 가족 또는 친인척인지 ▲매수인과 해당 주택에 임대차 관계를 갖고 있는지 ▲차용 금액과 차용 조건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감정원은 해당 주택을 알게 된 경로까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주택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됐는지, 가족·일가 친척·지인 소개로 알게 됐다면 가족·일가 친척·지인의 이름과 연락처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A씨는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서류까지 규정대로 제출했는데 왜 이런 정보를 추가로 요구하는지 문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감정원 측은 어떤 경우에 이 같은 정보를 추가 제출하도록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정우진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만약 이상 거래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알려지면 해당 기준을 피해서 신고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어 내부 기준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감정원은 개인정보 제출 근거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6조1항’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신고관청은 거래 신고 내용을 보완하거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증명 자료 등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만약 요구한 증빙자료를 내지 않으면 최대 3000만원 과태료를 내야 한다. 추가 제출 자료로 소명하지 못하고 편법 증여, 대출 규정 위반 사실 등이 드러나면 주택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 감시를 명분으로 계좌 추적을 허용하는 등 개인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는 물론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