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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무거워진 세입자들…전세 확 줄고 반전세 확 늘었다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0.08.31 09:53 수정 2020.08.31 10:14

[땅집고] 이달 들어 서울에서 전월세 계약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받는 사례가 늘면서 순수 전세가 줄고 반전세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월세 물량이 줄고 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올라 임차인들의 부담이 점점 커질 전망이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한달간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월세 임대차 계약은 총 6078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최저 기록이다. 2011년 이후 임대차 거래가 월 1만건 아래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달(1만1600건)과 비교해도 47.6%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추가 계약이 나오더라도 전체 건수는 1만건 미만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계약은 올해 들어 1월 1만5968건에서 2월 1만9396건으로 증가해 정점을 찍은 뒤 3~6월 1만3540~1만3776건 사이에 머물다가 7월 1만1600건으로 감소했고, 이달에는 절반 가량 더 줄었다.

[땅집고] 서울 아파트 전경. / 조선DB

전월세 거래가 줄어든 것은 올해 하반기 예고됐던 공급 부족과 지난달 말 전격적으로 시행된 새 임대차 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달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반전세의 비중은 14.3%(868건)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10.1%)과 비교하면 4.2%포인트, 6월보다는 4.4%포인트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송파구의 반전세 비중이 지난달 14.4%에서 이달 42.8%로 눈에 띄게 상승했다. 송파구를 비롯해 강남구(15.6%). 서초구(14.0%) 등 최근 전셋값이 많이 오른 강남 3구와 강동구(14.0%), 마포구·관악구(14.9%), 성북구(16.4%) 등이 반전세 비율이 높은 구에 속했다.

반전세 비중이 높아지는 사이 순수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월 74.1%에서 지난달 73.1%, 이달 72.7%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세금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반전세 보증금과 월세도 함께 오르고 있다. 집주인들이 4년 뒤를 생각해 임대차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세금이 크게 오르고,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 월세도 함께 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삼성아파트 97.35㎡(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3일 보증금 7억5000만원에 월세 130만원(18층)에 임대차 거래가 됐는데 이달 4일 보증금 8억5000만원에 월세 140만원(4층)에 계약서를 써 보증금 1억원, 월세 10만원이 올랐다. 송파구 ‘잠실엘스’ 84.8㎡의 경우 지난달 24일 보증금 6억원에 월세 90만원(25층)에 임대차 계약을 했는데, 지난 20일 보증금 6억원에 월세 140만원(18층)에 거래를 마쳐 월세가 50만원 상승했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관악구 봉천동 두산아파트 59.92㎡는 6월 중순 보증금 2억원, 월세 60만원에 전월세 계약을 맺었는데, 이달 11일 보증금 2억5000만원, 월세 60만원(14층)에 계약을 마쳐 2개월만에 보증금 5000만원 올랐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e편한세상 59㎡는 경우 올해 초 보증금 9000만원, 월세 40만원(15층)에 반전세 계약이 이뤄졌고, 지난 15일 보증금 1억3000만원, 월세 70만원(8층)에 다른 임대차 계약이 성사돼 7개월여 만에 보증금 4000만원, 월세 30만원이 뛰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임차인 입장에서 보증금을 올려주는 것이 월세를 내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임차인의 주거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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