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79) 부영그룹 회장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부영그룹은 사주 공백 장기화로 위기를 맞게 됐다.
대법원은 27일 횡령·배임·조세포탈·입찰방해 등 12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이었던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억원을 유지·확정했다.
이 회장은 2004년 회삿돈 27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 회장은 부영 주식 240만주와 188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회사에 돌려주겠다고 밝혔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1450억원 상당의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해 개인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수천억원대 횡령·배임액 중 횡령액 365억7000만원, 배임 156억원을 유죄로 판단했다.
2018년 2월 이 회장이 구속되면서 부영그룹 경영 공백 상태는 2년 6개월째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경영 총괄), 이세중 환경재단 명예이사장(법규 총괄) 2인 회장 직무대행 공동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회장 직무대행 체제 이후 부영그룹 경영 실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부영그룹 매출은 지난해 1조356억원으로, 2018년(1조5626억원) 대비 33.7% 급감했다. 2018년 영업이익이 296억원이었지만 작년엔 830억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부영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도 이 기간 매출이 1조4701억원에서 9500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 54억원에서 영업손실 1086억원으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부영그룹의 지분 93.79%를, 부영주택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상 이 회장 1인 기업 체제로 사주 공백 장기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영이 중견 건설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중근 회장 특유의 경영 철학과 전략이 있었다”며 “앞으로 부영은 의사결정 제약과 악화하는 건설산업 환경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