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월세 사는 세상 온다"더니…그 많던 전세, 자취 감췄다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0.08.26 04:41 수정 2020.08.27 17:44

[땅집고]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입주한 1957가구 규모의 아파트 ‘래미안블레스티지’. 24일 현재 이 아파트에서 74채가 반(半) 전세 매물이나 월세 매물로 나와 있다. 보증금만 있는 순수 전세는 32건에 뿐이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임대 매물의 60~70% 정도는 순수 전세였는데, ‘임대차 3법’이 통과된 이후 전세 물건이 대부분 반전세나 월세로 바뀌어 버렸다”고 말했다.

[땅집고]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작년 2월 입주한 '래미안블레스티지'. / 조선DB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을 강화하고 계약갱신 청구권·전월세 상한제를 시행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고 대신 월세와 반전세가 매물이 늘고 있다. 전세에 비해 반전세나 월세 주택은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만, 여당에선 “당연하다”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윤준병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건 매우 정상.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며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썼다.

■ ‘반전세’, 임대차 시장 트렌드로 자리잡아

[땅집고]7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월세 거래 현황.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서울 아파트 곳곳에선 전세 매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부동산 중개업소와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 따르면 ‘트리지움’ 아파트는 현재 월세 매물이 39건으로 전세 매물(8건) 4배 정도 된다. 이 아파트 전용 84 ㎡의 경우 7월 거래된 전월세 6건 중 3건이 반(半)전세 형태로 계약됐다. 보증금이 6억~9억원, 월 임대료는 20만~95만원 수준이다.

서울 성동구 ‘행당한진타운’ 역시 8월 말 보증금 1억~2억원대에 월 임대료 50만원~90만원 사이인 월세매물이 17여건 정도가 나와있지만, 전세매물은 5건도 안 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역시 현재 전세는 5건, 월세는 18건 정도 된다. 이나영 개포포레스트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정부가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를 크게 강화하면서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해 보유세를 충당하겠다는 심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24일 기준으로 서울의 전세 매물은 1만6564건으로 한달 전 4만747건보다 59.4% 감소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상반기 수도권 전월세 거래량 조사에서 월세 비중은 34.8%로 작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땅집고]임대차 3법 시행으로 수도권 월세 비중이 늘고 있다. / 조선DB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소유자에게 부과한 세금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주택 공급 물량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선 세입자들은 월세를 더 주는 것 말고는 대안도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 매물 감소는 임차인들의 주거 비용 증가로 서민의 주거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규제 정책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임대료를 규제하는 또다른 규제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이번에 규제가 나오면 또다른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소장은 “이미 엎지른 물이러서 별다른 대책은 없어 보인다”며 “정부가 공공 전세임대 주택을 최대한 공급할 방법을 찾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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