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입주단지 분석]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지하철 2호선 이대역 3번출구에서 나와 이대 정문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대 정문 앞 먹자골목에서 아파트가 밀집한 동쪽으로 꺾어 들어가자 가파른 언덕길이 시작됐다. 100m 쯤 올라가 뒤돌아보니 골목 초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사가 높았다. 이 길을 따라 이삿짐 차들이 줄지어 오가고 있었다. 여름이어서 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선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두산아파트를 지나 언덕 꼭대기에 이르자 최고 20층 높이 새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지난 5일 입주를 시작한 ‘힐스테이트 신촌’이다.
이곳은 서대문구 북아현 뉴타운 5개 구역 중 ‘북아현 1-1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다. 총 15개 동에 1226가구 규모로 주택형은 37~119㎡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선 “거실 창 너머로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탁 트인 전망을 확보한 데다 광화문·시청으로 출퇴근이 수월해 전 주택형이 분양가 2배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 탁 트인 전망은 좋지만…아파트로 향하는 모든 길이 ‘언덕’
‘힐스테이트 신촌’이 들어선 마포구 아현동·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는 10여년 전부터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2호선 충정로역~이대역 구간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다. 올해까지 인근에 ‘신촌숲 아이파크(2019년 8월 입주)’· ‘신촌그랑자이(2020년 2월 입주) 등이 입주를 마쳤다.
이 단지는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이대역이 인근에 있어 실수요자의 이목이 쏠렸다. 다만, 전철역에서 단지 출입구까지 걸어가는 길이 웬만한 등산길만큼 가파르고, 역세권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할 정도의 거리도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전철역에서 아파트로 향하는 모든 길이 언덕이다. 그나마 언덕을 피하는 방법은 2호선 아현역에서 ‘e편한세상 신촌’과 ‘신촌 푸르지오’ 사이 골목길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곳을 지나는 ‘북아현뉴타운 순환도로가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아현역까지 접근성은 개선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대역 먹자골목길이나 아현역에서 아파트들 외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차량이 오가는 것이 잘 안보일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전철역과의 거리는 제법 멀다. 단지 입구에서 지하철역까지 직선 거리인데, 골목길이나 단지 내 도로를 이용하면 700~800m 정도 걸린다. 단지 끝 109동과 108동에선 전철역까지 가려면 1㎞ 이상 걸어야 한다. 문제는 이 길이 가파른 경사지라는 점이다. 여름과 겨울철 걸어서 다니기 쉽지 않다.
■ 이화여대 딱 붙은 아파트…출퇴근 환경·인프라·조망 우수
전철역에서 아파트가 멀고 오가는 길이 가파르다는 점은 단점이지만, 장점도 많다. 단지가 가파른 언덕 위에 있어 웬만한 저층에서도 탁 트인 조망이 보장된다. 이 단지의 로열동으로 불리는 101·102·103동 거실 창가에서는 북아현 뉴타운 3구역 일대와 남산타워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파트 방향으로 창이 난 109동부터 111동 1~3층 가구는 테라스하우스로 조성해 각 거실 앞으로 약 10평 규모 외부 마당과 작은 잔디밭이 딸려 있다.
전철역은 멀지만, 일단 전철만 타면 교통은 우수하다. 입지 자체가 서울 시청·광화문 등 강북 업무지구와 가깝다. 전철로 3~4 정거장만 가면 광화문·종로·을지로 업무 지구에 닿을 수 있다. 여의도로 출퇴근하기에도 편리하다. 서대문구 이화부동산 관계자는 “업무지구까지 출퇴근 시간이 짧아 30~40대 직장인, 맞벌이부부 등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했다. 강변북로와 내부순환로가 인근에 있다.
이화여자대학교가 단지 바로 옆에 붙어 있어 이대 상권을 누릴 수 있으며 홍대, 신촌 상권, 현대백화점 신촌점, 신촌 세브란스 병원 등 주변에 이용할 수 있는 주변 인프라가 다양하다. 반경 2km 이내에 안산, 경희궁 등 녹지공간도 있다. 학군은 북성초등학교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고, 주변에 추계초등학교(사립), 중앙여중·고등학교, 한성중·고등학교가 있다. 이화여대, 연세대, 서강대 등도 반경 2km 안에 있다.
■ 전세 품귀… “뉴타운 개발로 한동안 집값 강세 이어질 것”
‘힐스테이트 신촌’은 같은 북아현뉴타운에 속한 ‘e편한세상 신촌’과 ‘신촌 푸르지오’와 비교했을 때 입지에선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조경이나 커뮤니티 시설은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차 통행량이 많은 길에서 떨어져 있어 단지 안에만 들어오면 조용하다. 그래서 입주 초기 매매가격은 인근의 ‘신촌푸르지오’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7월 현재 59㎡는 최고 12억원에, 84㎡는 16억원에 실거래됐다. 일대에서 가장 비싼 ‘e편한세상 신촌 4단지’는 84㎡가 최고 16억5000만원(22층)에 팔렸다.
전세금도 강세다. 실거주 요건 강화, 대출금지 등 연이은 규제 영향 때문에 신축인데도 매물이 200가구 내외로 적다. 가장 작은 주택형인 37㎡ 전세금은 5억원 중반이다. 이 주택형의 분양가 3억70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금이 분양가보다 2억원 정도 높은 셈이다. 84㎡ 전세금 호가는 최고 7억5000만원 수준이다.
오재근 북아현동 한국부동산 대표는 “예전 같으면 전체 가구 수의 50% 이상이 전세 매물이었고,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서 안달이었는데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라며 “주변 빌라촌들이 모두 뉴타운 개발로 새 아파트가 되면서 거주환경이 좋아졌고, 남아있는 사업 진행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한동안 전세금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